<사설>중소기업DB 운영 개선해야

정부와 공공기관이 구축해 놓은 공공형 중소기업관련 데이터베이스(DB)가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현재 e마켓플레이스 등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DB는 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 구축해 놓은 것들이다. 운영주체 역시 중소기업청을 비롯, 중소기업진흥공단·산업기술정보원·신용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유관기관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운영하는 DB는 정보 신뢰성이나 기술적 활용도가 크게 떨어져 중소기업관련 정보 실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경쟁력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DB가 이런 실정이라고 한다면 B2B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는 셈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 육성을 외쳐온 기관들의 DB가 이처럼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용지물이 된 구체적인 사례로는 이들 DB가 해당업체의 소재지·연락처·대표자명·매출액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단편정보들뿐이며 그나마 수시로 발생하는 변동사항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기록방식도 한글텍스트 일변도여서 인터넷 환경에서의 정보공유를 위한 데이터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영문을 지원하는 DB도 극소수에 불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해외 잠재고객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것도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축된 DB의 종류는 많지만 중복된 정보가 많은데다 그나마 통합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관련 DB가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정책당국의 안일한 정책의지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DB를 구축하는 일로 소임을 다했다는 식의 관료주의적 행정관행도 DB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대다수 기관들이 정부예산을 들여 DB를 구축해 놓지만 지속적인 유지와 보수는 뒷전이 되고 마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당국이 DB 구축 초기에는 예산을 집중 배정해 주지만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책정이나 전문인력 배치에는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DB가 신뢰성있고 활용도 높은 정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당국의 인식전환과 함께 강력한 개선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 간의 역할분담을 비롯, 서비스 차별화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개선 내역들이 포함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또한 앞서 지적했던 대로 예산배정시 구축과정과 유지보수과정에 현실성있게 배정하는 것도 DB에 대한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중장기 차원에서 제대로 된 중소기업DB를 발굴·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DB를 정부가 구매해 운영하는 방법 등을 적극 고려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