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전자파보호기준 연내 고시

정보통신부는 27일 무선통신기기 등에서 발행하는 전자파의 인체보호 국내 적용 기준을 전세계 적용 기준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연내 고시하고 이를 내년 1년간 예비적용한 후 오는 2002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키로 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국내 정보통신산업도 수용해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정보통신 장비·단말기 등의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규제기준을 하루 빨리 설정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정통부는 이날 오후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제정 공청회」에서 그동안 마련된 기준안을 참석한 업계·학계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여기서 취합된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조문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를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 단말기 생산업체들은 새롭게 제정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철저히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각종 통신장비에 대해서는 최악의 경우 시판불가 및 형식승인 불허의 조치까지 내려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이번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제정과 함께 오는 2004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전자파학회(KEES)·서울의대를 수행기관으로 전자파 인체영향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사업에서는 전자파가 뇌종양·암세포 등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동물실험 및 역학조사를 통해 집중 연구할 예정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TO)의 전자파 인체영향연구 프로젝트 등에 정부 차원에서 참여함으로써 해외 산업 및 기술동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통부는 이번 공청회와 같은 열린 토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전자파의 인체영향에 대한 유의사항을 전국민적으로 인지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토론요지>

인체보호기준안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전자파 흡수율(SAR)과 관련,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1.6W/㎏(1g 평균)과 일본·유럽 지역의 2.0W/㎏(1g 평균)의 두 가지 안 중 대체적으로 북미 기준에 접근하는 의견을 보였다.

충남대 백정기 교수는 『현재 인체보호기준 설정작업이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완벽한 과학적 판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초기부터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는 것이 누구에게든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 마련이 정보통신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삼성전자 조병덕 상무는 『이미 미국에 이동전화 단말기를 수출할 때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전자파기준 인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 조신 상무는 『기존 이동전화사업자의 기지국·전송선로 등이 전자파 기준을 다 충족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서보현 박사는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인체보호기준이 마련돼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정보통신 단말기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근본은 마련됐다』고 말하고 『앞으로 철저한 적용을 통해 법적용의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자파 정책 시행과 관련, 전자신문 이택 기자는 『정보통신·산업자원·보건복지·환경 등 관련 정부부처가 효과적인 기준 적용이 가능하도록 업무분담과 정책조율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YMCA 신종원 부장은 『미국·유럽 등을 통신선진국이라고 지칭하지만 통신장비 이용 빈도, 전자파 노출 정도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서 있는 만큼 강력한 정부 의지에 따라 보호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