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봉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경영지원실장 sbkim@iita.re.kr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그 이름만큼이나 복합적인 의미와 사연을 지닌 곳이다. 반세기동안 극도의 긴장감이 배어 있는 곳인 동시에 절대적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산가족의 한 맺힌 슬픔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허물어져야 할 분단의 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환경오염과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즈음, 생태계의 보존이 매우 잘된 지역으로서 통일 이후에도 보존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즉 DMZ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남북이 감히 일방적으로 건널 수 없는 공간이지만 서로 협력하면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적 가치가 무한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남북간의 DMZ는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사회·정치·문화·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도 숙명적으로 건너야 하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할 크고 작은 DMZ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남북간의 다양한 DMZ를 해소하고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 및 가능성을 찾고자 경제분야를 선管?각계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남북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더욱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북한지역내의 공단조성, 식량 및 비료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은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한 단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통일을 위한 남북간의 교류가 대부분 물량적인 지원시책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각 분야에서 DMZ 해소를 위한 남북 교류에서 일회적이고 한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상호 이익이 배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전략에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다면, 남북간 기술교류로서 구체적으로는 남한에 있는 사업화 가능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여 사업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술의 사업화에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관건이 된다. 그런데 이런 인력은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정보화의 흐름에 너무 익숙하거나 동화된 사람들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성 및 창의성 등을 갖춘 사람들이 적합하다. 바로 이러한 부족 인력을 언어가 다른 외국보다도 북한지역에서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북한 인력은 기존 문자나 데이터 중심의 정보기기 및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이 소프트웨어 기술이전 및 사업화 과정에서 걸림돌이자, DMZ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오히려 기존 정보화 흐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술발전 주기상 쇠퇴기나 성숙기에 있는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도입기나 성장기의 기술보다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기술의 흡수 및 사업화 능력 등을 감안한다면 첨단 분야보다는 신속한 사업화가 가능하며 사람에게 쉽게 체화되는 특성을 가진 소프트웨어 분야가 기술이전 및 사업화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몽골족이 척박하고 원시적인 초원을 배경으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세계를 향한 도전성과 단결심 그리고 특수훈련된 기마병을 활용한 전투기술의 개발 등 다양하고 독특한 그들만의 가치를 창조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한의 기술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북한 인력간에 존재하는 DMZ를 극복하여 결합할 수 있다면 남북이 지닌 무한한 잠재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일시적인 물적 지원보다는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통해 산업발전 및 경제발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때 남북간 기술분야의 DMZ는 해소될 것이다. 또한 발굴되지 않은 잠재적 가치를 드러내어 통일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더욱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