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와 히타치가 D램사업을 「엘피다메모리」로 통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80년대 후반까지 세계 D램 시장의 90%를 장악하던 일본의 D램산업은 98년에 와서 점유율 20%로 수직 하락했다. 원인은 「가격 경쟁력의 결여」에 있었다. NEC와 히타치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엘피다메모리라는 별도의 회사에 D램사업을 통합하는 것으로 원가 절감을 이룩, 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번 통합발표는 다른 일본 반도체 업체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대부분은 종합가전그룹에 종속돼 있다. 이는 투자 등의 경영 판단에서 세계의 경쟁업체들보다 뒤처지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 경영자들 대부분이 『가능하면 완전 분사화해 외국의 경쟁업체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엘피다메모리의 사례는 다른 반도체업체들에 완전 분사와 전문화를 통한 효율적인 사업 제반을 구성하는 잣대로 이용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종합가전업체들은 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분사화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엘피다 반도체의 자회사로 설립되는 차세대 D램 공장에서는 대구경 12인치 웨이퍼를 채택할 계획이다. 이 12인치 웨이퍼는 웨이퍼 한장당 얻어낼 수 있는 반도체 칩의 수가 기존의 8인치에 비해 약 2.5배나 많다. 결국 생산 원가의 대폭적인 절감 효과에 역점을 둔 투자인 셈이다. 또 신설되는 공장에서는 회로 선폭 0.13㎛의 미세가공기술을 도입해 256Mb와 512Mb의 D램 양산화에 주력하게 된다.
NEC와 히타치는 지난해 12월 50 대 50 투자로 엘피다메모리를 설립했을 때부터 대구경 웨이퍼를 사용한 차세대 공장 설립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검토했었다. 대구경 웨이퍼를 사용한 차세대 공장은 가격 경쟁력 회복에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의 D램 국제 경쟁력은 원가부담만큼 떨어지고 있다. JP모건 증권은 『64Mb D램에서 한국과 미국업체들은 생산 원가 3.5∼4달러로 영업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일본업계의 생산 원가는 5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99년 세계 D램 시장에서 NEC는 8.8%, 히타치는 4.8%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사가 합치면 한국의 삼성전자(20.7%), 현대전자(19.3%),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14.4%)에 이은 4위가 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