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 인프라, 대학 컴퓨터 전공 인력양성부터

조근식

국가 경제정책이 과거 20∼30여년간 지속된 중화학공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지식기반산업」 「정보화」 「인터넷」 등의 용어가 국가의 전체적 화두가 됐고 최근 2∼3년간 벤처육성정책이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여러나라의 값싼 노동력을 고려할 때 과거의 중화학공업에서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은 우리나라 제2의 도약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지식산업의 특징은 과거 우리나라 기업이 추구하던 대규모 토지와 자본 중심이 아니라 첨단기술과 고급인력·비즈니스모델 등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지식산업은 과거 중화학공업의 장치산업과는 비교가 될 수 없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패러다임에 맞는 효율적인 인력양성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못하고 인력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더욱더 인력의 효과적인 배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은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에 맞는 올바른 인력수급을 이뤄야 한다. 현재 몇몇 전공분야는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졸업생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전공과는 무관하게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졸업후에도 자기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교육을 다시 받고 있다. 한마디로 대학의 전공교육과 사회진출의 상관관계가 낮은 것이다.

국가적 예산낭비는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대학은 전공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규격화된 인원수를 배출했다. 이러한 대학을 지식기반사회의 패러다임에 맞게 조정하지 않고서는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 외침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재 인력수급의 문제점을 통계적 자료에 근거해 면밀히 파악, 부처를 초월한 대책을 마련하고 조정해야 한다. 인력수급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컴퓨터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IMF이전 전산인력은 지난 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졸업생의 경우 4대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으로, 나머지는 금융권이나 중소기업으로 진출했다. IMF이후 상황은 벤처기업의 육성정책과 맞물려 컴퓨터 관련 인력을 벤처기업에서 흡수, 인력이 대기업과 벤처기업으로 양분되면서부터 현격히 모자라고 있다는 것이 표면화됐다.

벤처산업에 있어 자금이 혈액과 같다면 인력은 육체와도 같다. 고급 기술인력 없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전산학과 학생수는 공대 전체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한 상황은 적어도 과거 20∼30년간 지속됐지만 지금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력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며,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자들을 해외에서 이민을 통해 공급받는 상황이다. 미국 대부분 대학원의 경우 전산전공 외의 학부나 대학원을 마친 학생이 전공을 컴퓨터분야로 바꿀 경우를 위해 대학원 전공 이전 5∼8개 정도의 선수과목을 지정,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전산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다.

벤처산업에 있어 컴퓨터 관련 인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벤처생태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환경요소가 된다.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도 교육에서 풀어야 한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요즈음 실업자 대책 일환으로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인터넷교육·전자상거래·컴퓨터언어 등의 각종 정보화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보다 더 원천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학의 역할을 더 강화해 미취업 타 전공자들을 컴퓨터 관련 대학원으로 흡수,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 사회에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변화무쌍한 컴퓨터기술 등 첨단기술의 경우 기반기술의 이해없이 사람이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예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툴(tool) 교육은 그 툴의 소멸과 함께 그 기능보유자의 설자리도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툴의 수명은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는 것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보다 더 성능이 우수한 툴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또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기능적인 정보화교육은 컴퓨터기술 소비자로서의 역할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컴퓨터기술의 소비지가 돼 들떠 있기 보다는 컴퓨터기술의 생산지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가 현재보다 더 체계적이고 풍부한 고급인력을 배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