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양 비디오 파일 파문

요즘 사이버 공간의 이슈는 단연 「B양 비디오 파일」이다. 인기 가수인 B양이 가수 데뷔시절 매니저와 찍었다는 비디오 테이프에는 포르노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패쇄하고 이를 유통시킨 배후자 수사에 나섰음에도 B양 비디오 파장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이트를 개설해 벌어들인 수입이 수십 억원에 이르며 이미 파일을 다운로드한 사람만도 수십 만명에 이른다는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한켠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 공개돼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반면, 또 한켠에서는 이를 이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셈이다.

사실 연예인과 관련한 이런 저런 소문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소문은 호사가들의 단골 메뉴였다. 아마도 이번 사건이 세간의 화제를 끈 이유는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파일을 얻고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혹은 사소한 사건에서 오히려 위력을 발휘한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이 얼마든지 사회적인 해악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O양에 이은 B양 파일 등 조용할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노출 문제는 이미 각종 범죄에 버금가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단순히 인터넷의 역기능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열린 공간 인터넷에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xx파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B양과 같은 피해자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터넷 역기능을 막을 수 있는 법과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네티즌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 불감증도 치유해야 한다. 자기의 사생활만큼 남의 사생활도 소중하며 존중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무심코 올린 잘못된 정보나 개인정보의 폐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도 피해를 주는 「부메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올릴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당연히 자유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를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인터넷을 유용하게 활용하느냐 여부는 결국 우리의 책임이자 선택에 달려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인터넷을 보다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