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통「비관론」만만찮다

세계 주요 통신업체의 경영진들이 차세대이동통신(3G) 사업에 대한 비관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3G 콘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통신업체들의 간부들은 3G사업의 수익성이 당초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고 비관적 견해를 밝혀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3G 비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스페인 통신사업자 재즈텔의 마틴 바사브스키 회장<사진>은 이날 『지난 상반기에 영국과 독일에서 벌어진 주파수 경매에 통신업체들이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바사브스키는 3G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인 멀티미디어서비스가 그다지 큰 인기를 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휴대형TV를 예로 들며 『휴대형TV가 상용화되었지만 이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3G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비방디텔레콤의 부사장인 앙리 피가노도 『3G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사용요금이 인하되어 업체들의 수익도 줄어든다』며 『이로 인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론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일본 NTT도코모의 에노키 게이이치 부사장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3G사업에 따른 매출 증대는 기대하기 힘들며 유럽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들은 투자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3G 비관론은 직접 회사의 3G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간부들에게서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재즈텔의 바사브스키 회장은 최근 포르투갈의 3G사업권을 겨냥해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비방디의 피가노 부사장은 비방디의 지원으로 스페인에서 3G사업권을 따낸 엑스페라의 CEO를 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이 3G사업의 불확실성을 알고 있지만 이를 포기하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3G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서비스가 3G위주로 개편되는 상황에서 홀로 2세대 혹은 2.5세대 서비스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과 독일의 주파수 경매에서 보여졌던 과다한 입찰경쟁은 사라지고 업체들이 실리 위주의 안전한 사업전략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