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정보통신 부문의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40%에 육박하는 6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자정보통신 부문은 또한 지난해 대비 전체 수출증가분의 60% 이상을 주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한다.
제37회 무역의 날에 즈음해 들려온 이같은 소식은 그 의미를 새겨볼 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 하나는 이번 수치를 통해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대외적으로 확실한 전자정보통신 대국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전자정보통신 부문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명실상부한 거목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90년대부터 세계경제의 방향이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새로운 과녁으로 하여 급선회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정보통신은 21세기 디지털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부문으로서 모든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략산업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기쁨은 전자정보통신 부문의 높은 비중으로 인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내년도 전체 수출동향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올해의 수출호조는 반도체·컴퓨터·통신기기 등의 세계적인 호황에 힘입은 바가 절대적이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같은 호조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다른 부문에서의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 셈이 되는 것이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수출 방식에서 전자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사이버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올 한해 동안 인터넷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수출량은 325억달러나 돼 전체 수출량의 18.7%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의 점유율 8.8%를 2배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서 전자정보통신 부문의 산업적 확대를 뜻한다는 점에서 상품수출 증가 못지 않게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수출의 날을 맞아 마냥 긍정적 성과만을 자화자찬하고 있을 수는 없다. 원래 기념일이란 그동안의 행적을 평가하고 격려하며 나아가 더 좋은 미래를 설계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개념임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전자정보통신업계 및 당국이 제37회 무역의 날을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기념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업계와 당국은 우선 우리나라의 전자정보통신산업 부문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과 달리 메모리반도체나 조립통신기기 등 일부분에 치우쳐 있다는 그동안의 지적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의 특성과 국제경제의 생리상 현재의 수출호조가 마냥 지속될 수만은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기술표준과 환경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높아지는 무역장벽과 국제규제에 대해서도 어느 것 하나 시원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한 차원 높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더욱 주력하는 여유가 필요할 때다. 마찬가지로 취약한 부문에 대해서는 투자와 연구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