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 업계, 재도약 기대

「위기는 기회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감소를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내심 재도약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는 IMF 당시의 경험 때문. IMF 이전까지 국산 네트워크 장비는 신뢰성 측면에서 해외 장비에 크게 부족, 국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해왔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역설적으로 IMF 시기였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기업이나 통신사업자의 예산이 축소되면서 해외 장비에 비해 가격이 크게 저렴한 국산 장비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그 결과 국산 소형 라우터·워크그룹 스위치 등이 대거 채택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약진이 시작됐다. 물론 초기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게 발견됐지만 국내 장비업체들은 제품을 필드에서 운영하면서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고 지난해에는 그동안 한 자릿수에 머물던 국산 장비 점유율이 20% 가까이 올라갔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져 소형 라우터나 워크그룹 스위치 시장을 국내 업체가 주도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개발한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나 중형 라우터 등은 가격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구매 성향 때문에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태. 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가격보다는 성능 위주의 구매 패턴이 자리잡아 국내 업체가 파고들 여지가 많지 않았다』며 『최근 경기침체로 다시 가격을 장비 선정의 우선 순위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경기위축을 중가형 제품에서도 국산 장비가 자리잡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수립,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수요처에서 외면해 버리면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경기위축이 국산 중가형 제품의 시장 진입, 신뢰성 확보,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는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