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닷컴기업 수익모델

◆최혁 아이콤소프트 대표 orange@icomm.co.kr

통상 닷컴기업은 인터넷상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콘텐츠제공자(CP:Contents Provider)는 원래 PC통신과 계약된 정보제공자(IP:Information Provider)가 전신이다.

IP는 PC통신처럼 서비스제공자(SP:Service Provider)의 지불 준비가 된 유료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익을 내려받는 구조였으므로 독립적인 운영을 할 경우 대부분 이익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그럼에도 인터넷 확산 이후 많은 창업자들과 IP들이 CP로 전향 독립해 인터넷의 맹목적 심미주의에 동참했던 것이다.

슬프게도 애초에 수익모델이란 묘연했으며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래가치」라는 뜬 구름에 가려 헤매던 것을 이제라도 인정하고 회귀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95년 PC통신 IP 시절부터 변천 과정의 중심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SP를 이용해야 한다.

우선 콘텐츠 자체로 승부를 걸어야 하며 콘텐츠는 유료화해야 한다. 이용자들을 유인해 전혀 상관도 없는 물건을 사게 한다든가 광고를 보게 한다든가 혹은 오프라인과 제휴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지만 그것은 이미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데 그치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자기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모든 기업의 제1 목표며, 제작된 콘텐츠를 유료화한다는 것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장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가 없는 것처럼 유료화를 시행하려는 닷컴은 나서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을 꺼냈듯이 원래 CP는 SP를 기반으로 한다. 많은 SP와 제휴해 로열티를 갖는 커뮤니티를 이용하자. 포털 전쟁은 이미 끝났으며 독자적인 과금시스템은 사용자들이 외면한 지 오래다.

근접한 아이템의 합병도 고려해볼 만하다. 필자가 보기에 커뮤니티간의 합병은 별 의미가 없다. 주체는 항상 사용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하지도 않는 커뮤니티에 내 신상정보가 공유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미 회원 수는 보장된 권리금이 아니다. 그들은 배신을 잘하며 습득하기 싫어하고 인내심이라는 것이 아예 없어서 항상 돌봐줘야 할 소중한 존재다. 그 콘텐츠류를 이용해야만 하는 사용자에게 깊이를 더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해당 콘텐츠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근접한 아이템을 가진 닷컴끼리 콘텐츠를 과감하게 공유·보완하고 나눠 갖자. 지금은 욕심을 낼 만한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닷컴이 상대해야 하는 콘텐츠는 수시로 드나드는 경쟁자의 사이트가 아니라 막강한 자본의 환상적인 외산 콘텐츠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다변화할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일본의 정보기술(IT)산업은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플리케이션 단계에 한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가능성 있는 유무선통신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당장 유료화해도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한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애플리케이션을 보완할까. 해답은 플랫폼의 다변화다. 일본에서 IBM PC 호환기종이 보급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겨우 AT 호환기라는 이름으로 IBM 호환기종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윈도95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였다. 당연히 PC만의 인터넷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미 인터넷 항시접속 방식의 i모드는 보편화해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엄지족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세트톱박스보다 훨씬 싸고 고기능이며 범용적인 게임기를 이용해 TV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이처럼 PC가 아니더라도 훨씬 넓은 시장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 우리나라 CP들도 이를 인식하고 다양한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