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L 장비업계, 대만호에 승선 가능할까

국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업체들이 대만 시장 진출을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ADSL 시스템업체들은 지난 2일 대만 중화텔레콤(CHT)이 실시한 ADSL 입찰에 참가, 한 달간의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중화텔레콤이 실시한 이번 ADSL 입찰 규모는 총 120만회선으로 지금까지 국내를 제외하고 확정된 해외 물량으로는 최대 물량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이번 대만 시장 진입이 향후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ADSL 벨트 진입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본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개 지역으로 나눠 분배되는 이번 물량 입찰에는 알카텔·루슨트·노키아·노텔·ECI·시스코 등 거대 기업들과 국내에서는 삼성·현대가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입찰에서 1개 지역 30만회선분에 대해, 현대전자는 2개 지역 60만회선에 대해 입찰에 응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품 수급이 완전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납기 지연에 대한 벌칙이 강해 30만회선에 대해서만 입찰에 참가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만 현지법인을 통해 이번 입찰에 참여한 현대전자는 『이미 태국에 3000회선분의 ADSL 시스템을 납품했고 국내에서도 수십만회선분을 납품, 운영했다는 점이 현지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대만 내 조인트벤처를 설립, 시스템을 현지에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특히 대만 조인트벤처를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는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뎀 생산기지로 육성하는 계획까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텔레콤은 이달 15일까지 성능 테스트를 완료한 뒤 가격경쟁을 통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ADSL 장비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화텔레콤이 이전에 실시한 ADSL 입찰에서는 루슨트가 포트당 250달러 수준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이번 입찰 가격은 포트당 200달러에서 24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는 공급가격이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며 『특히 일부 다국적기업은 동기식 디지털계위(SDH) 등 전송장비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고 ADSL 장비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