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범죄에 국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럽의회(Council of Europe)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범죄 국제법(조약) 제정 작업이 정보기술(IT) 단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세계 각국의 41개 IT협회가 회원으로 있는 국제컨소시엄인 WITSA(The World Information Technology and Service Alliance)는 최근 공개된 조약 시안에 대해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의 데이터 보존을 의무화 하는 등 IT업체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비난 성명을 냈다.
또 미국 IT업체 연합회인 ITAA의 대표 해리스 밀러도 『조약에 인터넷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조항이 있다』며 『특히 ISP들이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고 필요할 때 국가기관이 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17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또 『사이버범죄에 국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의 폐쇄성』이라고 밝히고 『유럽의회는 조약을 여러번 수정하는 동안 문서를 공개치 않다가 서명이 임박한 최근에야 공개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IT단체뿐 아니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인권단체들도 조약이 개인의 사생활을 유린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지난 10월까지 29개의 인권 및 자유정보 단체가 조약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는데 미국의 시민자유연합, 영국의 사이버권리 및 사이버자유 단체, 프랑스의 IRIS 등 각국의 대표적인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41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의회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지난 10월 모임에서 사이버범죄 퇴치를 위한 국제조약을 제안, 지난달 17일 스물네번째로 개정된 조약의 시안을 공개했었다.
사이버범죄 국제조약은 올해말까지 제정 작업이 완료돼 본안이 각국에 보내지게 되며 각국은 내년 중반까지 비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조약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 동시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부여되며 미국·캐나다 등의 경우 조약의 비준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약 시안의 주요내용은 ISP들의 자료 저장 의무화와 불법자료 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 부여 외에도 △불법적으로 탈취한 데이터나 컴퓨터 시스템 해킹, 그리고 온라인 절도와 온라인 사기 등에 대한 벌금 △어린이 포르노물의 다운로드 및 온라인 생산 금지 △저작권이 부여된 작품의 인터넷 유통 금지 △해킹 장비 사용 금지 △국가간 핫라인 설치 등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