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기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움직임으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97년과 같은 아시아 금융대란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주가급락, 통화약세, 정치불안 고조가 몇몇 아시아 국가의 산업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97년 경제위기때 파생된 악성부채도 역내 전체 생산고의 20%와 맞먹어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아시아에 내재돼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의 10년간 지속해 온 미 경제성장 둔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수출을 유일한 경제회생의 길로 믿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 적지 않은 위협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및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와 같은 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급감이 아시아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서 나타나고 있다. 델, 인텔, 애플 등 컴퓨터,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은 당초 예상보다 판매량이 감소하거나 2001년 매출규모를 하향 조정했으며 게이트웨이는 올 4·4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와 관련, 분석가들은 수요증가를 예상하고 부품을 과잉 주문한 기업들이 주문량을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세계 컴퓨터 판매증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부품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하이테크 산업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정보기술 제품의 수요감소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 올해 정보기술 관련 대미 수출이 3·4분기 수출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앤드상하이뱅킹코프의 수석 국제경제분석가인 제오프레이 바커는 『아시아가 3년전 위기 당시와는 달리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