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e비즈니스 확산대책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동안의 e비즈니스 추진사업이 구호만 요란했지 실제로는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현실인식과 그나마 최근 경기부진과 닷컴산업의 냉기류로 갈수록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 배경 =국내 e비즈니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폭발적인 인터넷붐을 타고 외형적으로 화려한 성과를 거두었다. 인터넷 이용자수는 지난 99년말 1086만명에서 지난 10월말 1684만명으로, 인터넷도메인수도 20만7023개에서 51만1003만개로, e마켓플레이스수도 10개 이내이던 것이 무려 200개 이상으로 각각 늘어났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성장과 열기에 비해 실제 e비즈니스 투자나 기업간 협업시스템 구축 등은 매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일례로 국내 제조업체의 평균 e비즈니스 지수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30.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앞선 전기전자업종의 지수가 37.06 정도이고 식음료업종은 불과 18.67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국제유가급등, 기업구조조정, 불투명한 시장전망 등으로 최근 기존 제조업체들이 신규투자를 중단한 채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다 코스닥침체 이후 불거진 닷컴위기론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e비즈니스 관련 산업의 발전도 정체되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의미 =이번에 발표된 e비즈니스 확산대책은 현 정부가 최대 현안인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작업의 목표를 지식기반 산업사회 조기진입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e비즈니스국제포럼에서 『세계 경제는 혁명적인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혁명의 중심에 있다. 21세기 지식정보강국 건설을 위해 e비즈니스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즉 지식정보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닷컴산업만으로는 안되며 제조업에 기반을 둔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정부로서는 작업의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나침반을 바로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확산에 둔 것이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번 정책을 전통기업과 e비즈니스기업의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날 eCEO협의회 회의에는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이용태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장,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국내 경제단체 대표들과 포항제철, LG전자 등 굴지의 전통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 기대효과 =이번 발표로 앞으로 정부의 e비즈니스 정책은 최고통치자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e비즈니스 정책은 관련 부처의 이기주의나 헤게모니 싸움으로 차질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정책의 주무부처가 바뀌거나 여러 부처에서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부처에 따라 전통기업과 e비즈니스기업에 서로 다른 무게를 두는 바람에 상충되는 정책이나 법안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산자부·재경부·정통부·중소기업청·국세청 등 범부처 차원의 협력사업으로 마련된 e비즈니스 확산 대책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전통기업 CEO들의 e비즈니스 모임인 eCEO협의회를 e비즈니스 추진전략회의로 확대하고 새로운 경제단체인 e비즈니스기업인 연합회를 구성토록 한다는 방안이 그것이다. 또 정부중심의 전자거래정책협의회에 민간참여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차질을 빚는 바람에 걸림돌이 돼온 각종 제도나 환경을 e비즈니스에 걸맞도록 하루속히 개선하겠다는 것도 관의 입장에 앞서 민의 입장에서 e비즈니스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