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로변이나 지하철역 등지에서 신용카드 가입신청을 받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카드사에서 자사 카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상에까지 나와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사실 신용사회에서 노상 신용카드 가입판촉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카드회사에서는 어떻게 아무런 신용정보도 없는 길거리 대중을 상대로 카드가입을 권유하는가.
앞으로 노상에서의 카드가입 판촉은 자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첫째, 노상카드 가입시 가입자가 허위과장광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은행이나 카드사의 사무실을 방문, 카드가입을 하게 될 경우 카드가입 및 약관 등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반면 노상 카드판촉원들은 카드가입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실적제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보는 되도록 숨기고 자기가 판촉하는 카드의 이점만을 과장되게 알려주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가입연도만 연회비 면제인 경우를 매년 연회비 면제인 것처럼 과장선전하는 것이 그 예다.
둘째,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의 사무실과 달리 카드가입이 노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입신청서 등의 개인정보가 분실되거나 이동간에 유출될 확률이 그만큼 크다.
셋째, 노상 카드판촉은 불필요한 카드에 대한 충동가입을 촉발시킨다. 이러한 소비자의 충동가입심리와 카드사의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이익이 맞아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주부, 심지어 실업자에게도 아무런 여과없이 카드가 발급된다. 경제적 변제능력이 없는 개인의 무분별한 카드사용은 곧바로 개인부채의 증가와 개인파산의 양산으로 이어져 경제위기 재발시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넷째, 길거리 판촉으로 인한 부실신용카드의 증가와 그에 따른 부실채권의 양산은 곧바로 카드사 경영에 부담이 되고, 이는 결국 카드수수료와 연회비 상승의 압박원인이 되어 신용사회 정착에 드는 경제적 비용을 과다하게 증가시킨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가 1300만장이 넘는다고 한다. 이 카드를 발급하는 데 들어가는 판촉비, 고객유치비, 인건비 등을 따지면 족히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다. 이 돈을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써야지 나중에 부실채권이 되어 회사경영에 부담을 줄 부적격자에게까지 카드발급을 하는 것은 무조건 크기만 하면 된다는 「공룡경제」식 사고방식이 아닌가 한다. 소비자 또한 일단 쓰고 보자는 과소비의식을 버리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 카드사와 개인 모두 앞일에 대비하기 바란다.
조성훈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