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무섭게 늘어나던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회사들의 투자가 지난 3·4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경기 위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반증이다. 올 상반기와 견줘도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신경제도 이제 내리막길로 들어서고 있는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들의 최근 투자동향을 집중·분석함으로써 미국 신경제의 앞날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본사 특약 = iBiztoday.com】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 2·4분기까지만 해도 6분기 연속,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폭증해 왔다. 이 지역 투자 규모는 지난해 1·4분기에 투자 기업수 211개사, 투자액 17억2000만달러이던 것이 올해 2·4분기에 412개사, 69억9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폭증세는 3·4분기 들어 멈췄다. 자문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머니트리(Money Tree)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VC 투자액은 3·4분기에 379개사에 69억50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금액으로 4000만달러, 투자 기업수는 33개사가 줄었다.
감소폭 자체는 아직 크지 않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커크 왈든 VC 조사국장은 감소액이 『통계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감소폭은 금액 기준으로 1% 미만이고 기업수로는 8%다. 지난해 3·4분기 투자액의 두 배를 넘고 있고 3년 전 동기와 비교하면 7배 수준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감소폭은 큰 의미가 없다.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캐피털 투자는 미국 경기의 장기호황과 함께 지난 7∼8년간 계속 증가만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소 그 자체가 이 곳 사람들에겐 충격적인 반전이면서도 예상했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그 동안 장기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IT산업으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 덕분이고 그 중심에 실리콘밸리가 버티고 있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동향은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는 당연히 수익에 민감하다. VC들은 체질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벤처캐피털 투자가 준다는 것은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투자 감소는 미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 같은 침체가 거품해소 차원의 일시적 현상이냐, 아니면 경기순환에 따른 장기적 현상이냐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벤처캐피털 투자동향만 가지고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벤처 투자는 그 속성상 주변의 경제상황에 종속적이지 주도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벤처캐피털들이 현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온셋벤처스의 달린 만 공동 파트너는 『투자할 유망한 신생기업을 찾아 나서는 벤처캐피털의 열의가 많이 식었다』며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앞으로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액이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리니티벤처스의 노엘 펜톤 파트너도 『앞으로는 이미 투자해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지켜 나갈 것』이라며 『올 여름이나 가을에 주식을 상장시키기 원했던 기업들이 시장여건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사설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는 바람에 이 같은 추세가 전반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