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58)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29>

여자는 매고 있던 핸드백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백을 열고 그 안에서 열쇠를 찾았다. 열쇠는 자동차 키와 같이 있었는데 열쇠를 꺼내면서 핸드백 속에 콘돔이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자 아주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에 대한 반감이 사그러들면서 욕정이 솟구쳤다. 그녀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은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적극적인 성애 자세를 취하는 태도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면 그 경우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것을 반박할 처지는 아니다.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는 한편 불쾌하면서 한편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 개의 방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간 방은 거실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옆방이 두 개의 침대가 있는 침소였다. 부부가 같이 머문다고 하면서 두 개의 침대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제 왔으니 난 가겠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나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지금까지의 그 어떤 목소리보다 더 똑똑한 어조로 뱉었다.

『나쁜 놈, 그냥 갈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욕설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어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여자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와 같이 웃었다.

여자가 옷을 벗었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여자는 알몸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여자가 춤을 추었다.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방안을 돌았다. 나는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강한 체취에 취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욕정만큼이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그녀의 방을 쉽게 나오지 못했다.

술이 만취되어서 그녀와의 정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욕조에 들어가 찬물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서면서 침대 아래위를 오르내렸다. 새벽이 돼서야 어느 정도 술이 깨었고 그녀와 내가 벌였던 난장판이 된 방안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밤의 정사는 나에게 빚이 되었다. 캔디 오가 계획적으로 나를 유혹한 것을 알았지만 여자의 몸을 취했다고 해서 사업자금을 대 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 마음 속에 일고 있는 애착이었다. 그녀와의 일은 단순한 성애가 아닌 일종의 스포츠였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새로운 감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