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추진 의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새롭게 마련한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안은 말그대로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디지털콘텐츠 육성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육성과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았다면 이번 법안은 「육성법」임을 확실시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기존 법안에 대해 원저작자의 권리침해를 내세워 반발해 왔던 문화산업계와 저작권 단체들도 독소조항으로 지적해온 주요 조항들이 대거 삭제되자 일단은 안심하는 분위기다. 정보통신부와의 업무영역 충돌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개진해 왔던 문화관광부도 산업육성쪽으로 법안성격이 바뀌자 한발 빼는 분위기다.

그러나 네트워크 기반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이 제정돼야한다는 주장에는 아직도 반대의견이 많아 이 법안이 과연 험난한 법률 제정 절차를 거쳐 입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새롭게 마련된 「디지털콘텐츠물」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정의한 조항(법안 제2조)과 디지털콘텐츠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 조항(법안 제7, 8조) 등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또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범정부기구 「디지털콘텐츠산업 및 기술 발전위원회」의 설립(법안 제27조)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의 향배는 오는 9일 열릴 공청회에서 얼마나 많은 원군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무엇이 바뀌었나?

일단 법안의 성격이 권리 보호보다는 산업 육성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법제정 취지가 초고속 통신망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외국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집중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콘텐츠 제작자 보호를 내세워 기존 법안에 명시됐던 「디지털화에 필요한 권리 처리」(법안 제27조)를 포함, 「콘텐츠 제작자에 디지털화권 부여」(제20조), 「디지털콘텐츠진흥원 및 관련 단체 설립」(제14조, 제19조) 등은 모두 삭제됐다.

반면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콘텐츠물」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신설하고 디지털콘텐츠사업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마련했고 정보화촉진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조항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진흥원을 디지털콘텐츠산업 전담기구로 활성화하는 조항신설 등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문은 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범 부처차원의 「디지털콘텐츠산업 및 기술 발전위원회」의 설립을 명시한 부문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하지만 이번 법안은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이라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당초 기존 법안이 문제가 됐던 것도 디지털콘텐츠산업이라는 애매모호한 산업군락을 정의하면서 여러가지 산업군과 중복되고 관련 법도 상충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더욱이 이같은 법을 입법화하면 기존 산업 육성법과 크게 중복되면서 정통부·문화부·산자부·교육부 등 정부부처의 업무영역이 애매해져 관계 부처들간의 마찰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관련 법제 정비 및 부처 업무영역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번 법안도 제대로 입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입법을 위한 과제

당초 「디지털콘텐츠 육성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도 지적됐듯이 전체 산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이같이 중차대한 법안이 입법화되면서도 제대로 된 논의과정이 한번 없었다는 비판처럼 이번 법안도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21세기 지식정보국가로 가기 위한 백년대계를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회, 관련업계 모두가 하나가 돼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