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IT, 일본 여성들을 깨운다

우치다 야우미는 지난 여름 하이테크 직업을 찾으면서 힘들이지 않고 너무나 좋은 기회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최근 별 생각 없이 인터넷 사이트 이우먼닷컴(http://www.ewoman.com)에 구직을 신청했는데 불과 일주일만에 서너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는 설명이다. 우치다 씨는 행복한(?) 고민 끝에 오라클 일본 지사에 입사해 현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산업은 최근 일본 여성들의 사회 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 사회에서 전문직은 여성들에게 대체로 배타적이었다. 고등교육을 받고 대기업에 취업한 여성들의 대다수는 결국 경리나 세일즈를 하게 되고, 그나마도 결혼과 동시에 사직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계속하더라도 승진은 포기해야만 했다.

특히 대기업에서 출산휴가 후 복직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실리콘밸리의 기업조직 문화가 젊은 일본인 사이에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이 기업조직에 적응하는 여성들이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포털 사이트인 이우먼닷컴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CEO 사사키 가오리는 『인터넷이 비즈니스계에서 여성인력 유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 8월 「여성과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연례 국제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 여기서 그녀는 불과 4년 전 자신이 콘퍼런스 사업을 창업하고자 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성공한 여성 직업인으로 마쓰나가 마리를 손 꼽을 수 있다. 그녀는 i모드로 알려진 휴대폰용 인터넷 서비스 구축에 핵심 인사로 유명하다. i모드 서비스는 현재 일본 지역전화 독점회사인 NTT의 휴대폰 부문인 NTT도코모 사용자 2000만 명 이상을 확보, 일본 최대의 ISP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포천지는 마쓰나가를 「아시아에서 가장 유력한 여성 경제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현상에 대해 일본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기술이 남성위주의 기존 일본 기업문화를 바꿈과 직장의 개념 또한 바꾸고 있다』면서 『아이를 가진 여성,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서 인터넷은 기회의 창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 인터넷 사용인구가 남성 사용자와 대등 혹은 능가하겠지만, 결국 이 기회를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라는 점은 여성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여성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