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흔들흔들..

「없어서 못판다」던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가 게임기 업계 수요의 60%가 몰리는 크리스마스·연말 성수기를 맞아 오히려 매기가 줄어들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업체에 밀리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S2는 지난 3월 말 일본 데뷰 이후 10월과 11월 미국과 유럽 출시로 전세계로 영역을 넓혀가고는 있지만 각 지역에서 1위로 올라서기는커녕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고 불안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PS2가 10%에도 못미치는 시장점유율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소니는 94년 나온 초대 PS의 개량 기종인 「PSone」(약 40%) 덕분에 1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PS2의 고전으로 「드림캐스트」의 세가와 「닌텐도64」의 닌텐도는 점유율을 각각 25% 이상으로 높이며 판도를 뒤집을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과는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일본에서도 PS2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으며 매기가 약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니는 『PS2의 국내 누계출하가 11월 중반 350만대에 달해 1700만대인 초대 PS와 비교해도 같은 기간에 하드웨어의 경우 4배, 게임소프트웨어는 2배나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며 「강세」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PS2 약화론」이 지배적이며 일각에서는 「퇴조론」까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도 최근호에서 「PS2의 부진」을 다루며 이번 연말 성수기를 기점으로 소니가 1위 자리에서 밀릴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PS2의 부진요인은 우선은 게임기 생명인 인기SW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실제 게임 잡지의 인기게임 순위를 보아도 상위권에 들어있는 PS2용 SW는 극히 적다.

SW 판매 실적을 보면 하드웨어가 350만대 판대된 시점에 PS용이 2600만개인 데 대해 PS2용은 800만개로 극히 저조하다. 게임기가 「라이선스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W 판매 저조는 경영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게임기 제조업체는 대체로 하드웨어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SW 개발업체로부터 거둬들이는 라이선스료로 이익을 챙겨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PS는 가격이 3만9800엔일 때 개발비를 감안하면 대당 1만엔의 적자를 냈는데,

그 적자는 5000엔 정도인 SW에 붙는 30∼40%의 라이선스료로 메워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PS2의 경우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기능까지 있어 적자가 대당 1만5000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과 같은 SW 판매로는 이익 내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소니가 상반기(4∼9월) 결산에서 적자를 낸 요인이기도 하다.

PS2의 특징으로 기대를 모은 DVD 기능도 실제로는 판매 확대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판점들은 『DVD 전용 플레이어가 화질도 좋고 기능도 다양해 훨씬 잘 팔리며 PS2 구매자들도 전용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PS2가 DVD 시장 확대의 견인차」라는 세간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출시 1년도 안돼 PS2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근본적 원인은 소니가 차세대 주도권 선점에 집착해 제품화를 서두른 데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 결과, 개발 시간 부족으로 우수 SW도 나오지 않고 DVD인지 게임기인지 제품 개념도 어정쩡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품의 하자로 공급력에도 문제가 생겨 물량으로도 시장 장악이 어렵게 되자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소니의 전력은 거의 드러났다. 이제 공은 내년도 신제품을 출시하는 닌텐도와 신규 참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갔다. 이들의 공세를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소니가 버텨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