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중국진출의 필요충분 조건

이주형 벤처법률지원센터 변호사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 기업인들은 『중국에서는 안되는 것도 하나 없고, 되는 것도 하나 없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 말은 『중국에서는 (관시가 있으면) 안되는 것도 하나 없고, (어설픈 관시를 잡고서는) 되는 것도 없다』라는 말을 줄여서 표현한 것으로 관시에 대한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관시는 무엇인가. 관시는 관계(關係)의 중국어 발음으로 우리말로는 소위 「빽」 정도로 이해된다.

상부구조의 공산주의와 하부구조의 물적 토대로 제한적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있는 관시를 잡을 필요가 있다. 이런 관시 중 주목해야 할 관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당 간부, 각 성의 성주, 공안국(경찰청) 간부, 안정국(국정원) 간부, 그리고 당이 운영하는 공사의 총경리(우리나라 회장) 정도다. 관시를 통해 기업인들은 우선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1년이 넘게 소요되는 십여개의 허가증을 10일 이내 얻어 중국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중국 시장에서 한결 수월한 SP(sales promotion)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환관리가 엄격한 중국으로부터 약간의 용금(리베이트)만으로 대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관시만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성공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관시를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중국 시장에서 유망할 수 있는 기술, 즉 중국의 현 경제 상황에서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기술력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중국의 폭발적인 건축 현황과 연계한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로 수백억원의 수주계약 및 2008년 올림픽을 위해 건설중인 중국 지하철 시장에 대비해 RF 모듈카드를 이용한 MIU(multicard interface units) 및 역무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한 J사, 유럽형이동전화(GSM) 방식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으로 전환한 중국 정부의 행보에 발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 S사, 아직은 속도가 느린 인터넷 로그인 시간 동안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L사, 광활한 중국 영토에 무선통신 백본망을 구축하기 위해 일을 진행한 M사들은 바로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관시로 영업한 기업은 더 힘있는 관시로 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체계적인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 기업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거나 중국의 신식 산업부 등과 전략적 제휴관계 등을 들 수 있다. 관시로 중국 시장에서 선점하고, 체계적인 조직·영업시스템을 통해 선점효과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교적 싼 중국 현지 고급인력을 많이 고용하되 단순한 노동착취적 고용이 아닌 기술이전적 고용의 대승적인 전략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속담에 「한 고객을 잃으면 그 지역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의심 많고 이기적인 중국인들에게는 한 고객에 대한 평범한 실수가 엄청난 파급효과로 끝내는 중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담긴 속담이지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철저한 AS·고객관리·one by one에 익숙한 관시들, 만만디 기질로 대표되는 중국인들의 문화를 빨리 익혀 중국적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끝으로 「중국에 한번 손을 담그면 빠지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 역시 중국에 대해 막연한 향수를 갖고 있지만 우리 국내 기업들에게는 3∼6개월간 약간의 돈을 갖고 여행을 통해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어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실패를 통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수험료를 통한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