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내년도 투자의 키포인트를 무선인터넷과 게임 분야에 맞추고 있는 것은 우선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고 벤처비즈니스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백화점식 투자보다는 소수 유망분야에 자금을 집중,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 분야가 정보기술(IT) 업종 중에서도 성장성이 가장 유망하고 수익기반도 탄탄하다는 장밋빛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무선인터넷 분야는 오는 2003년경 유선을 추월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으며 게임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확대와 함께 사용자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경우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올 들어 5대 이동통신사업자가 독자적인 무선포털 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며 대기업의 투자가 잇따르는 등 열풍이 불고 있다. 또 이에 따라 전문 벤처기업 출현도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현대,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이 시장 진출 및 투자를 활발히 추진함으로써 무선인터넷 벤처열풍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무선인터넷 관련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지분참여 방식을 통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게임 및 만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엣데이터, 무선 단말기 및 장비 제조업체인 모바일테크, 원격감시 제어 및 영상압축 전송 솔루션업체인 모빌테크 등에 지분참여를 단행했으며 초기에 이 시장에 참여한 에이아이넷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은 지난해 이미 삼성물산의 투자조직인 골든게이트를 통해 인포뱅크에 투자를 진행, 당시 대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무선인터넷 분야에 발을 내디뎠으며 이후 인포뱅크, 일본 IIJ 등과 「아이하트」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최근엔 삼성그룹 e비즈니스 전위부대인 「e삼성」을 정점으로 e삼성차이나와 e삼성재팬 등이 국내 무선인터넷 관련 벤처 발굴에 적극적이다.
코오롱의 경우는 계열 창투사인 「아이퍼시픽파트너(IPP)」를 활용해 현재 무선복합단말기 제조업체인 에이치엔티, 팜팜테크, 엠아이스트림 등에 투자, 무선인터넷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쌍용과 LG그룹 등도 무선인터넷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게임산업도 인터넷 및 초고속망 보급확대, PC방 급증 등 관련 인프라가 좋고 정부에서도 게임산업 육성의지가 높아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은 올해 32%나 성장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도 19% 가량 성장한 1조3000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분야는 특히 이미 코스닥에 상장된 엔씨소프트, 이오리스, 비테크롤러지 등에 이어 최근 타프시스템과 지오인터랙티브 등이 추가 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실있는 벤처기업들이 많아 벤처투자자들의 구미를 더욱 당길 전망이다.
수익기반이 탄탄한 것도 게임산업의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처럼 유료화로 이미 게임업계의 수익성이 검증된 데다 PC게임도 영화처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면 해외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게임은 영화나 음반 등 국가적인 장벽이 있는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장벽이 별로 없어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PC게임과 온라인게임 외에도 게임은 플랫폼이 다양해 콘텐츠만 좋으면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PDA나 웹단말기, 일반 휴대폰이나 PCS 등 게임은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하다. 이밖에도 비디오게임기용이나 「DDR」 바람에 힘입은 아케이드용 게임도 시장성이 충분하다 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털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올해 게임분야에만 5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며 『게임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벤처자금이 몰려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