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ETRI와 CDMA 로열티 공유」판결 의미

『국제중재재판소(ICA)의 결정이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한국에서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장비 판매에 대한 강력한 로열티 수익(strong royalty revenues)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퀄컴의 루이스 루핀 수석부사장)

퀄컴(http://www.qualcomm.com)이 바빠지게 됐다. ICA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98년 10월 제기한 「CDMA 기술료 미지급 관련 중재요청」에서 ETRI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퀄컴은 당장 1992∼2000년 9월까지의 기술료 미지급분 8000만달러, 향후 분기마다 400만달러의 기술료를 ETRI에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각종 제조업을 처분한 퀄컴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CDMA 이동통신시장인 한국에서의 로열티 징수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11일에는 퀄컴 주가가 3.78달러가 떨어진 99.47달러로 마감됐다. 이날 미국의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기록한 것에 비추어보면 퀄컴에 미친 충격은 더욱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루핀 부사장은 『ICA의 결정이 CDMA, WCDMA 등 CDMA기반 기술표준에 따른 퀄컴의 로열티 징수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의신청과 같은 반발보다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또한 퀄컴측은 『(ICA의) 결정과 관련해 적절한 요율을 책정중(evaluating)』이라고 밝혀 조만간 ETRI로의 송금이 이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퀄컴과 국내 통신장비 제조업체간의 CDMA 로열티 계약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경과 =ETRI와 퀄컴은 지난 95년 「퀄컴이 국내 통신장비업체들로부터 기술료를 받되, 그 중 20%를 ETRI에 낸다」고 계약했다. 그 배경으로는 ETRI가 CDMA 원천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상용화를 이끌었기 때문. 이같이 ETRI와 퀄컴간에 원천기술료 분할에 대한 계약이 성립됐다.

하지만 퀄컴은 ETRI로의 원천기술료 상환분을 800㎒ 셀룰러 방식 이동전화단말기에만 적용해 전체 기술료 수익의 11%만을 지불해왔다. 이에 ETRI가 반발, 「CDMA 원천기술을 사용하는 개인휴대통신(PCS)과 무선 교환기(PABX)를 포함해 전체 기술료 수익의 20%를 퀄컴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ICA가 ETRI를 승자로 판결한 것이다.

ICA는 또 퀄컴의 ETRI에 대한 기술료 지급기한을 오는 2006년 8월까지로 정함으로써 한국지역에서 판매되는 CDMA 로열티 무역수지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풀이된다.

◇ 전망 =그동안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은 「CDMA 로열티에 대한 근본적인 회피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퀄컴의 고액 로열티 요구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퀄컴의 기술을 이용하지 않거나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칩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아예 이동전화단말기 신모델 개발계획을 퀄컴의 MSM칩 출시시점에 맞춰야 했다. 세계 최대의 CDMA 이동통신 사용국가지만 알맹이(원천기술료)를 내주는 꼴이었다.

이를 간파한 퀄컴은 CDMA 신기술인 DMSS300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매출액 대비 5.75%의 로열티 외에 이동전화단말기 대당 2.5달러의 추가 로열티를 요구하는 등 국내업체들의 로열티 인하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더구나 퀄컴은 꿈의 이동통신시장인 중국과 접촉하면서 3% 미만의 CDMA 로열티를 허용할 것으로 전해져 국내업체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아직 중국정부와 퀄컴의 CDMA 로열티에 대한 공식 발언이 없었지만, 국내업체들은 퀄컴이 밝힌 『최혜국대우(MFN)에 따라 중국의 로열티와 비슷한 수준에서 한국업체들의 로열티도 변화할 것』이라는 막연한 약속에 목을 매고 있다. 이는 곧 CDMA 이동통신 상용화 종주국인 한국에 대한 퀄컴의 시각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ICA가 퀄컴의 독보적인 권리로 여겨졌던 CDMA 원천기술에 큰 흠집을 냈기 때문. 즉 CDMA 기술개발의 중심축에 한국의 ETRI가 있었음이 인정됨에 따라 관련 로열티 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을 예상케 한다.

한편 퀄컴이 자국(미국)의 사법기관을 이용해 ICA의 결정을 불복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ETRI측은 「상호협의에 따른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