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빌려 쓰는 것도 좋다

★우용택 렌텍코리아 사장 rkpresidnt@rentech.co.kr

경기가 날로 불투명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소비생활이 요구된다. 『좋은 것은 자꾸자꾸 적분하고, 나쁜 것은 자꾸자꾸 미분해서 …』라는 어느 시 구절처럼 무조건 아끼고 안 쓰는 것보다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려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현명한 소비생활에 기초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렌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자동차는 물론 어린이용 장난감 등 빌려 쓰는 문화가 일상생활에 정착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혀 반대다. 자기 물건을 빌려 주거나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해 전통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물건을 빌리는 행위가 마치 가난함내지는 뻔뻔함의 표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경제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고, 소유하는 것보다 빌려쓰는 것이 때로는 편리하다는 것을 일부에서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지만 아직 정착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웬일인지 우리 사회에서만 빌려 쓰는 마인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 등 같은 문화권인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생각이 우리나라에만 여전히 굳건히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소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 보관·유지보수의 어려움, 적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 등을 감안한다면 필요한 일정 부분을 빌려쓰는 것이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따르지 못한다. 물건이 고가이거나 외산이어서 수입하는 경우라면 렌털이 훨씬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빌려 쓰기를 망설인다.

정보화·지식기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농경사회가 갖는 수많은 고정관념들이 깨어져야 하지만 특히 자기 물건을 갖고 사용해야 편안하다는 생각만큼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21세기 우리나라의 전략사업이자 핵심산업인 IT(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 있어서는 더 더욱 그러하다.

실례를 들자면 계측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부분 IT기업들은 개발·시험에 필수적인 각종 고가의 수입 장비를 소유하고 있다. 렌털도 서서히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국내 IT업계의 렌털 비중은 5%이내로 선진국의 12∼15%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이는 기업들이 일시적 또는 단기간 동안만 필요로 하는 계측장비들도 구매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부분에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렌털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이 수입 물건인 우리나라의 계측장비 구매량은 연간 4500억∼55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IT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보유할 장비를 제외한 잔여분을 렌털을 통해 조달한다면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구매보다 빠르게 필요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렌털을 통해 개발비의 10% 이상을 절감했다는 일부 기업의 통계조사도 나와있다.

이미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지역에서는 보편화 되어있는 렌털이 우리나라에서도 계측기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활성화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