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MT2000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언

전파연구소 공업연구관 위규진 박사

지난 11월 24일부터 이번주까지 홍콩에서 IMT2000과 관련한 두 가지 일이 진행됐다. 하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부간 통신협의체인 APT 관리이사회(MC)에서 오는 2001년에 「APT IMT2000포럼」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아시아텔레콤에서 아시아 지역의 IMT2000에 관한 토론이 진행된 것이다.

APT IMT2000포럼은 IMT2000 표준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항을 검토할 시기가 도래해 단말기의 국제 이동사용에 관한 규제사항, 역내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및 교육, 정보교환, 각종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역내 협력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뤄졌다. IMT2000은 이제 개도국에서도 도입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아태 지역 국가들이 APT IMT2000포럼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 등이 IMT2000을 도입함에 따라 역내 국가들은 보다 효울적인 협력방안을 찾아 IMT2000의 효과를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최근까지 IMT2000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표준문제에 집중됐다면 이제부터는 로밍, 콘텐츠 개발과 이용, 사업모델 개발 등 국제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조화한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최대 여행국이 일본·중국 등인 점을 고려할 때 역내에서 콘텐츠 상호이용을 위한 협력은 IMT2000사업 성공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ITU 아시아텔레콤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IMT2000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으며 표준화·IPv6·단말기 로밍 등에 관한 주제가 다뤄졌다. 표준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오랜기간 논의가 진행됐으므로 특별히 새로운 논의는 없었으나 IPv6포럼은 일본이 오는 2005년까지 기존 IP주소를 IPv6에 따라 변경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IMT2000에서 IPv6주소 사용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단말기 로밍 등에 관해서는 필자가 APT IMT2000포럼에서 추진하는 일을 소개해 많은 참석자들이 관심을 표명했으며 ITU와의 협력이 강조됐다.

필자는 두 가지 행사에서 느낀 점을 지적함으로써 우리나라 IMT2000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돼야 한다. 이미 모든 통신사업이 국제화하고 특히 IMT2000은 국제 종합통신으로서 역할이 크게 기대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검토됐던 각종 사업은 국내형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성공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술력은 앞서 있으나 각종 논의에 참가하는 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만족할 만한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는 기술력이나 언어에 의한 문제라기보다는 참여사의 소극적인 자세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APT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와 함께 건실한 의견을 제시, 역내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역내 토론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토론 참여가 당장의 이익을 구현하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근시안적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APT 지역 내에서 최상위 선진국으로의 역할을 수행중이다. 따라서 포럼에서 역내 협력의 중심을 이뤄간다면 시장개척도 용이해질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선진국과 겨뤄야 하는 ITU보다 APT가 우리에게 더 중요한 국제기구일 수 있다.

IMT2000사업은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IMT2000사업을 하는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들은 국제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기술 우위에 뒤지지 않는 적극적인 국제활동 여부에 좌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