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맞수와의 동침

「잘못은 자기들이 해놓고….」

요즘 삼성SDS가 경쟁 회사인 LGEDS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LGEDS로 인해 촉발된 119 방재전산화사업 문제로 부정당업자 제재까지 받게 된 삼성SDS로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적과 동침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LGEDS의 미숙한 사태수습과 대응으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죠.』

더욱이 이번 사태로 삼성SDS는 「부정당업자 지정」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데 반해, 하청업체로 참가한 LGEDS는 아무런 행정제재를 받지 않았으니 더욱 얄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두 회사는 국내 1·2위 시스템통합(SI) 업체로 대부분의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치열하다 못해 서로 「박 터지는」 경쟁을 벌여 왔다. 한 회사가 사업 수주전에 과당경쟁과 저가입찰로 문제를 일으키면 다시는 보지 않을 원수처럼 서로에게 원천적인 비난을 퍼붓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삼성SDS와 LGEDS가 이번 「부정당업자 지정」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에 대응하는 자세는 분명 예전 같지 않다. 이번 사태가 업체로서 잘못 이전에 사업 주체인 서울시의 행정 난맥상이 빚어낸 결과라는 사실에는 분명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저가입찰이라는 멍에를 안고 손해까지 감수하며 국가정보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부가 이를 완전히 외면했다는 서운함도 담겨 있다. 또 서울시의 한 정보화 담당공무원이 SI업체 직원을 대기업에 돈을 벌어다주는 「앵벌이」에 비유한 데 대한 대표 기업으로서의 분노도 숨겨져 있다.

그래서 두 회사는 부정당업자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서 긴밀히 협조해 이번 사태의 전말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이다.

이제 적이 아닌 새로운 맞수와의 동침이 시작된 셈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