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경영진 세대 교체-최재원 전무 공식 입성 주목

SK텔레콤이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또 최태원 그룹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IMT2000사업단 전무가 전략기획 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으면서 경영진에 공식 입성, SK텔레콤은 앞으로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투톱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SK텔레콤은 13일 조정남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표문수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SKT는 『원로경영인과 신진경영인의 조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 사장은 그간의 성공적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직을 유지한 채 부회장으로 승격돼 모양새를 갖췄고 신임 표 사장은 일부에서 로열패밀리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보다는 전문경영인 성격이 훨씬 강하다.

실제로 표 사장은 오늘의 SK텔레콤을 있게 한 산파역이나 다름없다.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당시 실무책임자였고 서정욱씨(현 과학기술부 장관)를 영입하는 데도 그가 나섰을 정도였다.

표 사장은 이후 기획조정실장 겸 사장실장, 무선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무차별 경쟁환경에 노출된 SK텔레콤을 부동의 업계 1위에 올려놓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이 과정에서 최종현 선대회장 누나의 아들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힘이 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실력」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고 인정해준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통신전문가로 성장하는 동안 현 정보통신부 정책진과도 업무 관계상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었고 관료들조차 표 사장의 「능력」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을 정도다.

표 사장은 두뇌 회전이 빠르며 전략적 사고에 강하고 여러 개의 휴대형 단말기를 갖고 다니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 박사로 매스 보스턴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지난 89년 SK그룹에 합류했다.

15일 발표될 후속 인사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인물은 최재원 전무다. 그는 IMT2000사업단 전무라는 타이틀로 SK텔레콤에 들어온 후 이번 인사에서 기획·재무·인력 등을 총괄하는 전략기획 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오너의 공식 입성인 셈이다.

그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일본 NTT도코모와의 지분제휴 협상 등 회사 차원의 굵직한 사안에 직접 개입한 바 있어 후계 구도와 관련,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전무와 함께 일했던 IMT2000사업단 주요 멤버들도 요직에 영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무는 「모범생」 이미지가 부각된 최태원 회장과는 달리 매사에 적극적이고 「세상 물정에도 밝은 편」이라는 평이다. 최근 언론과도 조심스럽게 접촉하고 있는 그는 「2세 경영인에 대한 언론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매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 전무는 SK텔레콤의 공식 경영진에 포함되면서 이제부터 자신의 능력을 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에 드러내 보여야 할 과제를 안게 돼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