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특약 = iBiztoday.com】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벤처캐피털(VC)들도 자금확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VC에 투자하는 기관이나 개인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VC들은 그 동안 확보해 둔 자금으로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결국 VC업계에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 침체가 기관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VC에 대한 투자 총액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 구조조정의 조짐이라는 해석이다. VC의 투자 총액 감소는 VC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돈이 적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 결과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벤처 지분은 할당된 투자 비율을 갑자기 초과하게 된다.
이 문제 해결에는 각 펀드에 돈을 적게 투입하거나 투자할 펀드 수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시카고 대학의 최고투자책임자인 필립 할페른 부총장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많은 새 제휴업체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너나없이 자신들이 가장 신뢰하는 업체나 경기 하강기에 성공적으로 운영한 오랜 역사를 가진 업체에만 집착하게 된다. 기관들은 베테랑 업체에 투자를 계속하는 한 의심스러운 신생업체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된다.
투자자문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트레이시 레프터로프 전무는 올연말부터 낙오 업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4·4분기는 이들 모든 펀드가 회계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판가름이 날 시기』라며 『포트폴리오 업체의 가치 하락 여부가 여기서 다 드러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VC 중에도 파산업체가 나올까, 나온다면 어느 정도나 될까.
많은 VC가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믿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시작됐다고도 하고 2∼3년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도 한다.
월드뷰테크놀로지벤처스의 벤처투자가 제임스 웨이는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역사가 짧은 소규모 VC들은 상장하지 못한 투자 기업을 계속 지원하기 힘든 처지』라며 『이 업체들은 앞으로도 좋은 투자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VC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진짜 구조조정은 투자기업의 부진이 VC의 덜미를 잡을 2∼3년 뒤 나타나는 게 보통』이라며 『그때가 되면 투자 수익이 낮은 업체는 신규 자금 조달을 할 수 없게 돼 결국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의 벤처투자가 피터 모리스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는 『구조조정이라는 어휘가 너무 갑작스럽고 격한 시나리오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확한 용어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앞으로 2∼3년 동안에 자금을 더 이상 끌어 들이지 못하는 VC들은 조용히 사라지면서 벤처산업의 「몸집 줄이기」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안 잘 나가던 VC업계도 이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구조조정은 경기하강이 계속되는 한 지금부터 앞으로 몇년간 때론 소리없이, 때론 요란하게 진행될 것이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