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퀄컴(http://www.qualcomm.com)은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5000칩 시리즈를 내놨다. 우리나라 통신장비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퀄컴의 MSM5000칩을 채택, 2.5세대이동전화(IS95C) 단말기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왜 국산 MSM칩은 없는 걸까.」 일단 시선은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에 모아진다. 지난 97년 삼성은 퀄컴의 MSM2200∼2300 시리즈에 버금가는 칩을 개발, 내수용 이동전화 단말기에 장착해 판매했다. 당시 삼성의 MSM칩을 채택한 이동전화 단말기의 누적판매 실적이 약 70만대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로는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2세대 칩에서 곧바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경제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발하는 것보다 퀄컴에서 사오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구매물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소비자 입맛에 맞출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는 2∼2.5세대 MSM칩을 사오려면 개당 10달러 내외의 돈을 퀄컴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려면 대규모의 비용·인력·시간이 필요하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퀄컴이 한 걸음 앞선 MSM칩을 시장에 내놓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현대전자·LG반도체(현 현대전자)도 MSM칩 개발에서 손을 뗀 상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퀄컴이 주도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칩 원천기술 시장에 변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업체들이 자체 칩 솔루션을 보유함으로써 퀄컴과의 로열티 및 MSM칩 가격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MSM칩 개발에 나서지 않아 앞으로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장비산업에 대한 퀄컴의 거센 입김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