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메드 노환규 사장(aimheart@aimmed.com)
「21세기는 정보혁명과 지식사회의 진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활과 산업에 엄청난 변혁이 진행되는 시대다. 이 변혁의 바람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 영역으로 인식돼온 의료 분야에도 예외 없이 몰아치고 있다.
종전에는 의료 전문인이라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 정보와 기술을 독점함으로써 환자 위에 군림하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보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의료 정보가 일반인에게 쉽게 공개됨으로써 의료 전문인의 권위와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의료기관과 의료 전문인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보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전문 의료인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긴박감은 보건의료 산업계 전반에 정보화·디지털화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의료계와 의료산업계에 「사이버 의료」 「디지털 의료」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의료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활을 바꿀 것이라고 예견되던 인터넷은 사람들의 생활뿐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까지 바꾸는 문자 그대로 변혁의 매체로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들을 수 없던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단어를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구체적인 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이상과 환상을 가져다줬다지만 건강이야말로 가장 새로운 변혁의 매체가 시급히 적용돼야 하는 분야다. 또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아래 인터넷을 이용한 헬스케어, 즉 e헬스케어(e-healthcare)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의료 사이트들이 속속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의료 정보로부터 차단됐던 국민들에게서 각광받으며 급속한 양적 팽창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정보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e헬스케어를 진행함으로써 시작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e헬스케어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며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sharing information)가 가장 중요한 속성이자 목표라는 것이 간과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즉 오늘날 의료계의 화두인 e헬스케어에 집중하고 있으나 e헬스케어를 만들어가기 위한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e헬스케어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급히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된 비즈니스는 많은 어려움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는 생리상 속도가 생명이며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 기다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헬스케어에 필요한 요소들에 e헬스케어가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헬스케어라는 단어는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환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환상을 이상으로, 그리고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e헬스케어를 위한 인프라 육성과 구축에 충실해야 한다.
e헬스케어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패러다임은 「의료인의 제자리 찾기」일 것이다. 훌륭한 e헬스케어는 훌륭한 의료서비스의 토양 위에 가능한 것이며, 훌륭한 의료서비스의 토양이란 의료인들이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만들어가는 의료환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 e헬스케어는 여러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며 현재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한국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