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사이버티즌 신시대

◆하원규 ETRI 정보기반연구팀 팀장 wgha@etri.re.kr

정보통신망 그 자체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덩어리가 되고 컴퓨터화된 전뇌공간으로 변하면서 인터넷 세계는 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접속 단말이 PC뿐만 아니라 휴대단말과 디지털TV 등으로 확대되면서 인터넷은 21세기를 지배하는 생활 하부구조로서 자리잡고 있다. 모든 사람이 정보단말을 휴대하고 모든 단말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문자 그대로 원 클릭으로 일상사를 해결하는 1초 전자생활권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IT전략회의 의장이기도 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광대역 인프라와 융합된 차세대 인터넷의 파격력을 6500만년 전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절멸시킨 운석에 비유하고 있다. 즉 금후의 인터넷이란 거대 운석은 기존의 산업사회 시스템을 파괴시키고 새로운 생존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기업·국가를 현대판 공룡신세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 변화를 강제하는 인터넷 혁명의 본질은 물리공간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해온 인간의 생존공간을 인터넷상의 전자공간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경제·정치·교육 등 국가시스템의 모든 기능이 전자공간으로 재배치되고 있으며 또 전자공간과의 공생을 피할 수 없게 하면서 각국은 물리공간과의 공진화 전략을 국가경영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이제 전자공간은 물리공간의 보완적 세계가 아니라 제2의 생존공간으로서 또 하나의 현실세계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적 공동체 생활주민으로서 우리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야할까. 여기서는 인터넷 공간상의 바람직한 사이버시민상을 사이버티즌(cyber+citizen)으로 부르기로 한다.

먼저 사이버티즌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자화된 개인으로서 망공간에서 경제 사회적 활동을 영위하면서 정보적 가치를 생산하는 공동체 시민이다. 그들은 문제를 제기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결정에 참가한다. 지금까지는 가정 단위로 망이 연결되고 조직단위로 자신의 정체성이 발휘되었으나 정보단말이 개전화(個電化)되고 휴대화되면서 사이버티즌으로서의 개인이 네트워크의 핵심주체가 되고 있다.

둘째 사업자와 네트워크에 종속되어 서비스를 소비하는 가입자와는 달리 사이버티즌은 네트워크상에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면서 적극적으로 소비도 하는 경제시민으로서 품격을 지닌다. 따라서 사이버티즌은 전자상거래의 주체가 되고 전자정부 서비스의 소비자인 동시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발신하면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참가형 네트워크 사회의 주인이다.

셋째 사이버티즌은 e메일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전자공간의 일정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거주자이면서 자산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취미로 항해하는 유목민이 아니다. 그들은 전자 공동체의 생활인으로서 자신 네트워크상의 주거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축적된 정보를 통하여 생산수단을 확보하는 전자 정착민이다.

넷째 사이버티즌은 전자공간상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활동을 보장받는 권리를 누려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사이버티즌이 선악의 판단력을 망각하고 건강한 시민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O양과 B양 사건의 교훈처럼 인터넷은 일시에 거대하고 흉악한 광속 복제기계로 변해 버린다.

마지막으로 사이버티즌 신시대를 열기 위한 정보통신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네트워크 가입자나 정보통신 이용자가 통신하고 접속하기에 편리한 정보통신기반 확보와 관리가 정보통신정책의 기축이었다. 그러나 이제 전자공간상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사이버티즌을 위해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차세대 인터넷 시대를 겨냥한 신정책은 전자공간상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사이버티즌을 지원하고 경영하기 위한 전자공동체 기반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공간을 염두에 둔 정부기능의 성과분류체계인 대민서비스 기능이나 커뮤니티 개발 및 관리기능 그리고 다양한 주민지원 기능 등을 전자공간에도 과감히 적용해 볼 일이다.

따라서 향후의 정보통신정책은 쾌적한 전자공동체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전자적 시민으로서 소유권·주민권·토지권·조세권 등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IT활용능력을 제고시키는 전국민 사이버티즌화 전략이 기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