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IMT2000사업자 선정 결과는 재계판도 변화는 물론 향후 대대적 통신시장 새판짜기의 출발 총성이 울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통-SK의 양강 구도 정착으로 통신시장이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회귀하고 △미국-유럽간 표준전쟁 성격이 강했던 기술표준싸움에서 비동기가 일방적으로 승리, 국내 통신시장 전반의 체제개편이 예상되며 △이에따른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여부가 또다른 핵으로 등장했다.
<경쟁 활성화 정책 흔들>
국내 1, 2위 기간통신사업자가 나란히 사업권을 따냄으로서 한통-SK 양강 구도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대부분의 후발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판에 이번 결과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이들 양사 중심의 체제 개편이 불가피하고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2002년 5월께는 명실공히 양강체제가 출범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태풍의 핵인 LG호의 진로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만약 LG가 통신서비스부문을 포기한다면 유무선 통신 공히 한통과 SK가 자웅을 겨루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경쟁 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컨텐츠 사업자들도 양강 가운데 한 곳에 줄을 서야 하는 처지이다.
이는 정부가 시장 개방에 대비, 지난 수년간 견지해 왔던 「경쟁 활성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라는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이유가 된다.
물론 동기사업자가 선정되면 경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시장 현실상 이는 사실상 불가능, 국내 통신시장은 거대사업자 2개가 지배하는 독과점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유럽형 표준의 완승>
미국과 유럽진영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던 사업자 선정은 유럽형이 완승을 거둔 꼴이다. 복수표준에 의한 균형있는 산업발전을 추구하면서 선정 정책까지 바꿔었던 정부의 노력도 별무소득으로 끝나게 됐다.
정부는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이 동기식을 선택해야 균형을 자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가 모두 비동기에 안착, 동기 육성이라는 발등의 불을 떠 안게 됐다.
세계 최대 CDMA국가가 유럽형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통신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올 것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동기식 기득권 세력은 사업계획 재조정을 강요 받게 됐다.
수혜업체인 SK텔레콤은 당장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한국통신 역시 지분 해외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SK텔레콤의 경우 파워콤 인수에도 장애물이 없어 종합통신사업자로의 도약에 날개를 달게 됐고 한국통신과의 정면 승부도 볼 만 하게 됐다.
<동기 사업성 있을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내년 재선정 계획에 대해 하나로통신은 이미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고 LG는 검토중이지만 사업성은 회의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라는 예비 비동기사업자가 현 시장의 87%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인지도 △자금력 △마케팅력 △기술개발능력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네트워크 구축을 공용화할 수 있는 비동기 사업자에 비해 동기사업자는 독자 건설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원천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한통이나 SK의 동기 선회를 희망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 만이 그 정도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정부의 부담>
사업자 선정 과정의 잡음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정책적으로는 상당한 짐을 안게 됐다.
가장 갑갑한 대목이 산업정책의 틀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이다. 사업자 선정정책은 성공했지만 그토록 강조했던 동기식 기반 제조업체의 육성, 발전은 골치 아픈 숙제로 남게됐다.
안 장관은 『산업정책 차원에서 동기식 육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별로 없는 형편이다.
현재의 예상대로라면 국내시장 조차 10%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동기식 기술에 수천억의 개발비와 인력을 퍼부을 업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