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번호이동성·주파수 대역 확보」논쟁

2∼3세대간 번호 이동성 도입 및 노른자위 주파수 대역 확보 경쟁은 IMT2000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들로선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업권을 확보했다해서 그것이 곧 시장에서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초기 시장 선점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사업자들로서는 사업권 경쟁보다 더욱 실제적이고 절박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물론 갈등의 이면에는 IMT2000시장을 둘러 싼 SK텔레콤의 「기득권 수호」와 한국통신의 「SK기득권 불인정」이 숨어 있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핵폭탄 번호이동성>

시장과 관련, 가장 예민한 사항이다. 보완장치 혹은 규제조항없이 곧바로 도입된다면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현 2세대는 물론 3세대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세대 시장이 이를 입증했다. 사업자가 난립하면 점유율은 고르게 분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1위 사업자의 위상만 더욱 높여 준다는 것이 경제법칙이다.

SK텔레콤은 경쟁이 격화될수록 가입자 쏠림 현상을 나타냈다. 신세기통신 합병 조건으로 정부가 내건 점유율 50% 미만을 맞추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동원했지만 가입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100만∼200만명을 한꺼번에 직권해지해야 할 판이다. SK텔레콤은 2세대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만약 현 2세대의 번호이동성이 도입된다면 후발주자들의 가입자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SK 쏠림 현상만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2∼3세대간 번호 이동성 도입은 더욱 큰 폭발력을 갖는다.

어차피 IMT2000 서비스 초기에는 2세대에서 넘어오는 소위 전환가입자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이동전화 선택 시 자신의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꼽고 있다. 번호가 바뀔 경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2∼3세대간 번호 이동성이 도입되면 현 SK텔레콤 가입자들은 고스란히 SK의 손에 남게 될 것이다. 덧붙여 한통프리텔이나 한통엠닷컴 및 LG텔레콤 가입자도 일정 부분 SK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경쟁업체의 가입자 빼내오기 싸움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된다면 번호 이동성은 SK에겐 최대 원군이고 후발주자들에겐 목을 죄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명분은 일단 SK텔레콤에 유리하다. 하지만 제도 도입으로 경쟁력 약화가 눈에 보이는 한국통신이 가만있을 리는 만무하다. 벌써부터 『1위 사업자의 기득권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통신으로서는 2∼3세대간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더라도 「공정경쟁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정부에 요구할 태세다.

내년초에 선정될 동기 사업자도 SK텔레콤에 비해서는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한국통신과 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사업자간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뜨거운 감자」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 낼지가 관심이다.

<주파수 싸움도 치열>

아직은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서로 다른 대역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주파수 대역 배정은 사업자들간 합의에 따르게 되어 있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통부 장관이 할당토록 했다.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유는 똑같이 20㎒씩 배정받지만 주파수도 품질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사업자로서는 인접 주파수와의 혼신 위험, 기존 사용중인 주파수와의 연계성,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급적 조건이 가장 좋은 대역을 선호한다.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복병은 군사용 주파수와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다. IMT2000용 주파수 대역은 군이 일부 사용 중이며 그 정확한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군용주파수가 SK텔레콤이나 한국통신이 지정한 대역 가운데 한 곳에만 몰려 있을 경우 문제가 된다. 물론 정부는 이 대역의 군용 주파수를 회수해 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지만 군용 주파수 회수와 재배정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자칫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 노른자위 주파수 대역을 두고 사업자간 이해가 충돌할 소지가 있다. 또 추가로 선정되는 동기사업자가 이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신청한 대역을 노른자위로 보고 이를 신청한다면 시비가 될 것이다. 통신사업자에게 가장 큰 자산은 가입자 수가 아니라 확보하고 있는 주파수의 양과 질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