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IMT2000 사업자 선정후의 새 과제

★진용옥(경희대 교수, 정보통신대학원장)chin3p@chollian.net

한국인의 혈통 속에는 분명 기마 이동성의 원형질이 근저를 이루고 있다. 그 단적인 증거를 뒤로 활 쏘는 고구려 고분의 수렵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그림에서 보면 왜 하필 마상에서 뒤로 쏘면서 사냥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기마술과 활 솜씨는 어떻게 연마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마상궁술은 북방 아시아계 이동민족에만 나타나며 몽골의 말 잔등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북방아시아는 유목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한 농경민의 생산물을 약탈하는 유혹을 받는다. 약탈을 할 때 동원되는 기법이 바로 뒤로 쏴 활쏘기다. 도망가는 척하다가 뒤돌아 쏜 화살은 달려오는 가속도와 함께 충격이 더욱 더 배가된다. 이러한 전법으로 징기스칸은 소수를 이끌고 세계제국을 건설했다.

지난 15일 영상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있었다. 과거 휴대이통의 후유증이 있었던 터라 주목해 지켜봤으나 점수와 평가자까지 공개했으니 공정성 문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수익성 확보와 원천기술 개발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듯하다.

우리는 부호분할 방식에서 최선진국임을 과시해왔고,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일본을 능가하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인의 이동성 원형질에서 유래하는 빨리빨리와 냄비적 속성에는 이동 인터넷과 매우 어울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에 근거해 볼 때 지정된 사업자는 수익성 있는 창의적 서비스를 발빠르게 개발해 이용자와 자신의 주주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당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해본다.

수익성 확보의 핵심과제는 상향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다. 이는 가입자 자신이 자기 정보를 발신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창의적인 자신의 내용물(콘텐츠)이 제공되도록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능교통망 정보의 획득과 전송은 상향통로를 이용하고 중계장비 일부를 교통설비와 혼용하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며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획득된 교통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할 때 수익성 있는 정보제공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교통체증에서 예측 가능성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동기와 비동기 방식의 왜곡된 시각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식표준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전체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15% 정도이고 국제 로밍의 이점을 확대한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치 사업의 사활을 가름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 또한 크게 잘못된 상황 전개다.

세 번째는 사무 이동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

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IMF 체제를 신속히 극복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은 휴대이통의 집중적 개발성과라고 본다. 산업구조 개편과 실업자 양산의 와중에서 개인 이동성을 보장하고 사무이동화로 사회적 효율을 높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동전화의 보편적 보급이라는 성과에서 찾아야 한다. 이렇게 이동전화가 사무이동화의 핵심기구로 자리매김을 하고 수출의 효자상품으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계와 연구소는 효과 분석의 틀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과 일반인은 사치나 과잉투자라는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는 벤처 버블 논쟁의 극복이다. 사실 벤처는 처음부터 끝가지 영원한 버블이다. 비슷한 사례는 아니지만 시중의 아이스크림 대부분이 버블을 압축해서 만든 제품이다. 공기방울 세탁기나 잉크젯 프린터, 그리고 자기버블 메모리도 거품을 이용한 사례 중 하나다. 버블에다 첨단기술과 창의력을 접목할 때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성된다. 결국 버블은 단순한 물거품처럼 나왔다가 사라지는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 청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영상이동 통신은 새로운 가치창출과 더불어 벤처 버블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개발된 이동단말기가 전세계를 석권하게 된 것은 방식채택의 획기적 전환도 있었지만 한국의 지형과 고밀도 인구집중 환경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밀도 인구밀집과 빨리빨리 현상에도 막힘이 없었다면 통신 소프트웨어도 수준급이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국적 환경에서 적응됐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응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세계가 한국의 통신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대로 외국의 유명제품도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세계상품이 되지 못한다는 사례는 미국 유명회사의 한국시장 퇴출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는 영상이동통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 비결은 바로 뒤로 쏘는 마상궁술의 사례와 빨리빨리라는 이동성 원형질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