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65) 벤처기업

政經癒着<1>

금감원의 진 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진 국장은 조사 담당 국장으로 공식 석상에서 한번 만난 일이 있을 뿐 별다른 접촉이 없는 사람이었다. 금융 감독 기관의 간부를 사귀는 일은, 나의 결벽증 때문인지 가급적 피했던 것이다. 얼마 전에 금감원의 조사국에서 여러 차례 다녀간 일은 있지만, 의례적인 일로 생각했다. 창투사를 만든 이후 나는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신용금고를 만들었고, 뒤이어 증권사를 차렸다. 그 이후 금감원의 출입이 잦았지만, 그 곳 사람들을 사귀지는 않았다. 금감원 직원들이 회사 출입을 하였어도 실무 일을 하는 하급 직원들이었고, 나는 그들을 만난 일이 없었다. 전화를 받자 그쪽에서 굵은 목소리로 자기를 소개하는 말이 들려왔다.

『나 금감원의 조사국 진성원 국장이오.』

『안녕하십니까. 전에 뵌 기억이 납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지요.』

『기억해줘서 고맙소. 최 사장.』

『별 말씀을.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최 사장을 좀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이 있을까?』

진 국장은 나보다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마치 하급 부하에게 말하는 어투로 물었다. 그것도 그 사람의 성격이려니 하고 이해하면서 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시간을 내겠습니다. 언제 찾아뵈올까요?』

『빠를수록 좋지요. 오늘 저녁에 식사나 같이 할까요?』

『네, 그러지요.』

저녁 약속이 되어 있지만, 나는 그 비중을 금감원에 두기로 했다. 저녁에 만나는 일은 학교 동창들과의 회식 자리였다. 내가 빠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금감원의 조사 국장이 만나자고 하는 일이 아무래도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좋지 않은 사건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진 국장을 내가 잘 아는 요리 집으로 부르려고 했지만, 그가 장소를 정했다. 그의 단골인지 알 수 없으나, 서울 교외로 나간 허름한 장어집이었다. 그를 만나자 그는 악수를 하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런 허름한 곳으로 불러서 미안하오. 좋은 요리 집에서 만나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말이오. 내가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사정의 칼이 항상 눈독을 들이고 있지요.』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척 하고 눈을 끔벅일 뿐이었다.

별도로 떨어진 뒤뜰의 방에 들어가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