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모가 역버블 주범

『3대 투신사가 수요예측때 공모가를 대폭 낮춤으로써 정보기술(IT)업체들이 코스닥시장에 올라가기도 전에 주가의 역버블을 조장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코스닥시장 공모를 앞둔 IT업체 사장들은 3대 투신이 골칫거리다. 공모가 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들 3대 투신이 공모가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3대 투신은 공모가 거품을 조장하는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일례로 지난 7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H사는 수요예측에서 투신사들이 본질가치의 수십배에 이르는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등록후 주가가 급락하는 곤혹을 치렀다. 투신사들이 배정물량을 등록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량으로 내다판 것이다.

이제는 3대 투신이 앞장서 공모가를 지나치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공모청약을 마친 N사 사장은 『3대 투신이 공모가를 지나치게 떨어뜨려 신규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투신의 횡포를 생각하면 코스닥 등록을 포기하고 싶지만 직원들의 사기진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달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인 D사도 최근 수요예측에서 3대 투신의 공모가 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3대 투신이 담합이라도 하듯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써낸 것이다. 공모가는 본질가치 이하로 내려갔고 향후 추진사업을 상당부분 수정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3대 투신이 공모가 산정에 전권을 휘두르다 보니 코스닥등록 추진업체들도 이들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한 투자설명회(IR) 관계자는 『기업이 제가치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IR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3대 투신의 담당자를 찾아가 공모가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코스닥 거품이 빠지면서 신규 등록업체의 공모가가 내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그것도 공모가 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3대 투신이 나서 공모가를 낮추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IT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정부는 최대의 치적 중의 하나인 벤처살리기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투신사들의 부실자금을 코스닥 등록기업이 메워주고 있다』는 IT업계의 정서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