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 유럽품질 표준규격이 강화될 예정이어서 국내 수출용 무전기 제조업체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무전기 수출업체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형식승인 제품에 비해 간소화된 제품을 양산, 수출해 왔으나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가 내년 4월부터 한층 강화된 무선 및 전기통신 단말장비 관리규정(R&TTE)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생산라인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 무전기업체는 무전기 수출물량의 90% 가량을 현지 유통회사의 이름으로 생산, 수출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취해왔기 때문에 바이어가 요구하는 통달거리, 음질 등 3, 4가지 기본 기준항목만 충족시키면 제품수출이 가능했다.
일부 무전기업체의 경우 형식승인용으로 10여 가지 기준항목에 모두 부합하는 일명 「골드샘플」을 제출하고 실제 수출시에는 규격의 일부만 준수한 제품을 양산, 판매해 왔다. 또 모 무전기업체는 미국에 수출하는 무전기를 유럽방식에 맞도록 주파수 대역만 변경, 공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ETSI가 유럽 각국에서 생산 또는 수입하는 단말기에 대해 규정을 강화하기로 하고 올 4월 제정된 R&TTE 규격을 내년 4월부터 발효할 예정이어서 무전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행해 왔던 편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유럽의 바이어들이 제품 사후관리책임은 국내 제조업체에 전가하고 유통만 담당하는 그동안의 관행을 비춰볼 때 제품이 R&TTE에 불합격할 경우 국내 업체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유럽, 대만, 중국의 무전기 제조업체는 새 규격에 대비해 생산라인의 설계변경 작업을 이미 마쳤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의 대부분이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SI의 형식승인 규격에 맞춰 무전기를 양산하려면 국내 무전기 업체들은 무전기 생산비용을 현재 수준보다 평균 50% 가량 인상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내에 생산설비 미비와 가격경쟁력 약화라는 두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내놓아야만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