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렬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사장 drkim@softstar.co.kr
요즘 벤처환경을 돌이켜보면 「설상가상」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거품론이다 위기론이다 하는 말들이 나돌더니 최근에는 총체적 경제위기까지 거론되면서 이젠 전체 벤처기업의 연쇄 도산까지도 염려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다투기에 앞서 지금이야말로 가능성있는 우수 벤처기업들이 주변의 핵심역량을 결집시켜 성공에 이르도록 만들어야 할 때다.
벤처를 둘러싼 환경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 초 벤처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투자유치였다. 이른바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건 그렇지 못한 기업이건 투자유치야말로 벤처기업의 지상과제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수 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났으며 이들 기업의 가장 주된 업무 또한 자연스레 투자관련 컨설팅이었다.
기업경영에서 자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자본을 유치하는 일보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또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수한 기술력에 기반한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자금확보는 기업의 생명연장만을 보장할 뿐이다. 벤처기업은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모델 개발과 경영 파트너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익모델 극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컨설팅 수행이 벤처기업에는 필수적이다. 앞으로 벤처기업의 가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실질적인 매출을 통한 이익실현이 우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벤처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 곧 마케팅 부문에 대한 컨설팅과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 인큐베이팅을 위한 거점 확보 및 해외시장에 대한 생생한 정보 제공, 적절한 마케팅 전략의 수립과 국제계약 업무에 대한 지원 등이 그 예다. 또 관련있는 여러 벤처기업의 제품을 통합하여 솔루션 사업화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컨설팅 및 관련기업에서 좀 더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자적인 영업력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을 연계하여 대형 SI 프로젝트나 중국, 동남아 등의 정보시스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여기에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통망이라도 제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투자유치 설명회 지원 등의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중요한 기업 경영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고 경영자와 함께 고민하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엔지니어가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주류를 이루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올바른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체계적인 경영 컨설팅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된 벤처기업가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도 자금부족이나 마케팅의 실패 등으로 주저앉은 우수한 벤처기업들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기존 기업들과의 제휴나 M&A 등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제공토록 해야 할 것이다.
위기의 이면은 기회라고 한다. 지금 벤처기업, 나아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반성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벤처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