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변환기술 개발 경쟁 의미

세계 IT업체들이 콘텐츠 변환기술에 사운을 건 개발경쟁에 들어갔다.

콘텐츠 변환기술은 국내업체인 엔슬래쉬, 비즈웨이브 등이 웹페이지내에 있는 텍스트를 무선인터넷용 언어인 mHTML이나 XML 등을 채용한 단말기에 맞게 단순 번역해 주는 제품을 시작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트, 아반트고, 오라클 등 올초부터 미국 벤처나 메이저들은 번역기 수준의 변환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텍스트와 이미지를 한꺼번에 변환해 무선단말기에 맞게 구현해 주는, 소위 1세대 변환기술을 내놓고 세계시장 선점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니에, 브로드비전, 팻와이어 등이 이들보다 한단계 앞선 변환기술을 개발해 기존 업체들은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웹페이지를 통째로 변환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기존 DB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웹페이지에 들어 있는 콘텐츠를 텍스트와 이미지, 멀티미디어 데이터로 분리해내 DB에 저장해둔 후 원하는 형태의 웹페이지 구성요소들을 스타일시트로 만들어 이용자들이 반자동으로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2세대보다 더 발전된 완전자동 변환기술 개발경쟁이 불붙고 있다. 웹페이지 구성요소를 한꺼번에 모아두는 스타일시트를 파일형태가 아닌, 데이터형태로 분리해내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럴 경우 모든 웹페이지정보(콘텐츠와 구성요소)는 잘게 부서진 데이터형태로 DB에 담기고 언제든지 꺼내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3세대 제품 등장 의미=관계자들은 이르면 3세대 제품이 내년 말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세대 제품이 탄생하면 기존의 모든 웹정보는 사람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무선인터넷용 콘텐츠로 자동변환될 수 있다. 이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문서를 일일이 사람손으로 입력하던 방식에서 문자인식기를 이용해 일시에 DB로 저장할 수 있었던 과거 문서혁명에 비견할 수 없는 혁명적인 변화다.

무선인터넷의 급팽창으로 모든 웹서비스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웹데이터를 무선웹데이터로 손쉽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아직까지는 반드시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선인터넷의 경우 WAP, ME, i모드 등 프로토콜도 통일돼 있지 않은데다 단말기마다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 규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기존 정보를 무선인터넷으로 제공하려는 것은 마치 산을 옮겨야 하는 일에 비견될 정도다. 3세대 제품은 이런 일을 손가락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산업에 미치는 영향=3세대 콘텐츠 변환기술은 무선인터넷산업에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는 태부족한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솔루션을 도입하면 방대한 기존 웹정보를 모두 무선웹정보로 손쉽고 저렴하게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선인터넷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동영상까지 제공할 수 있는 IMT2000이 상용화될 경우 우려되는 콘텐츠의 부족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의 성장과 발전은 전체 인터넷산업에도 지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의 실시간 연동은 온라인 비즈니스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리라는 것이다. 접속에 제한이 있지만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유선정보가 언제 어디서든 접속가능한 무선과 연동될 경우 움직이는 사무실은 물론 어떤 형태의 서비스나 전자상거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얘기되는 개인맞춤형 서비스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것도 유선이든 무선이든, 프로토콜이나 단말기 형태에 구애없이 가능하다.

특히 단기적으로 보면 무선서비스업자와는 독립된 무선포털의 등장과 발전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밖에도 아직 웹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데이터베이스에 담겨있는 수많은 원시데이터를 유선이든, 무선이든 웹데이터로 손쉽게 전환시킬 수 있어 e비즈니스화에도 폭발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IT산업에 미칠 영향=3세대 변환기술은 IT산업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소지가 매우 높다. 우선 수많은 웹서버가 필요없어지고 대신 DB가 갈수록 방대해질 것이다. 모든 웹서버에는 정보표시를 위한 파일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변환기술이 적용되면 DB에서 필요한 때 즉시 정보를 받아 원하는 형태로 표시할 수 있다. 때문에 고급 웹서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촉발되고 저급 웹서버에 대한 수요는 격감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환기술 자체가 모든 플랫폼의 근간으로 자리잡게 돼 전체 IT시장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은 데이터베이스가 모든 플랫폼의 근간이었다면 차후에는 데이터베이스와 변환기술이 하나가 된 새로운 DB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결국 IT시장의 승패는 이제 변환기술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