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③
『난 소주를 좋아합니다. 최 사장이야 양주 체질이겠지만, 여기서는 소주가 더 좋지요. 나 같은 서민은 소주 체질입니다.』
『나도 소주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의 말이 왠지 꼬여 있는 느낌을 주었다. 아니면 습관적인 자기 비하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금감원 국장이라는 직책에 있지만, 자신을 서민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서민으로 위장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서민입니다. 내 직책이 어느 일면 권력기관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월급쟁이에 불과하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급쟁이야말로 서민이지요. 최 사장 같이 벤처기업이 성공해서 단 시간에 수 천억원, 내지 수 조원을 벌어들인 사업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서민이지요. 하하하.』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계속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점차 그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태도는 진실되지 못했고, 약간 과장된 몸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한 잔 비우고 그가 말했다.
『내가 최 사장을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한 것은 최 사장에 관련된 투서 때문이오.』
『투서요? 무슨 말씀인지요?』
『최 사장을 음해하는 투서가 여러 차례 날아왔소. 투서란 지난날 가까이 있다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또는 경쟁사에서 시기심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아니면 양심 선언이라고 한다든지, 정의감에 몸을 떨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헛 지랄이지요. 이번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연거푸 세 통이 들어온 투서에 의하면, 최 사장에 대해서 세 가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감원에 투서가 날아간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우리에게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하는 투서는 조사하지 않습니다. 다분히 음해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무슨 내용의 투서입니까?』
『최 사장이 외국의 기관투자가들과 공모해서 주식 작전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창투사를 경영하면서 유부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대가로 무모한 투자를 했다는 내용이 있고, 그리고 그 다음은 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