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방송채널 사용 사업자 등록제에 부쳐

◆이석훈 유라위성방송 사장

지난 19일 통합방송법 통과 후 1년여에 걸쳐 지루하게 끌어오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되었다. 「공기업 대 민간기업」 「매체독점 대 재벌 및 외국기업」 등으로 표현됐던 KDB와 KSB 양 사업자간의 치열한 경쟁도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는 2001년 1월 이후, 방송사업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프로그램공급업체(PP) 신청이 등록제(일부 장르는 승인제임)로 전환됨에 따라 PP등록요건에 관한 방송위원회의 입장이 조속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제란 말 그대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기업에 소액자본으로도 시장에 진입하고 퇴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과거 방송사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과 시설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설임차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방송업계가 방송시장을 산업의 논리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방송시장에는 차별화된 니치 마켓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중요한 인식의 변화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등록제가 활성화되고 산업에서 순기능적인 역할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부문들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가 PP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업권 획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온 양 사업자는 채널 라인업을 위해 자사 컨소시엄을 통한 줄서기를 강요해 왔다. 줄서기 경쟁은 향후 PP의 등록제를 통한 시장진입과 무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에만 우선 협상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시장에 신규 PP의 참여를 제한하고, 나아가 보다 다양한 장르의 출현을 막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방송사업의 성패는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채널의 전문성 강조와 서비스 내용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건전하고 실력 있는 PP 선정만이 방송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다.

「줄서기=프로그램공급업체 선정」이라고 하는 이상한 등식이 형성된다면 이는 케이블 사업의 실패한 모델을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갖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가 PP의 진입을 자유롭게 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채널사용료, 시설임대, 프로그램 제작 지원, 송출 임대 등이다. PP 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이 시설투자비와 고정비 성격을 갖는 채널사용료 등이기 때문이다.

위성사업자의 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신규 PP의 시장 진입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 해주는 것은 건전한 PP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위성방송사업자의 가입자 확보와 직결된다. 또 방송위원회는 선정된 위성방송사업자가 제시한 사업계획서가 사업 수행시 그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방송위원회는 등록제 요건과 관련하여 사업적 규제보다는 정책적 규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진입에 따른 시장실패의 책임은 등록제 아래에서는 사업자의 책임인 것이다. 사업 성패의 책임을 방송위원회가 원죄의 업보로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방송위원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위성과 케이블에 필요한 적정한 전체 채널수, 시장규모에 따른 장르별 채널수, 영상산업을 위한 지상파의 매체독점 방지 등의 정책적 규제에 우선해야 한다. 기존 PP와는 다른 잣대로 사업적 규제를 행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영상산업 발전의 핵심 축인 PP가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채널 전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