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체인식산업과 국가정보화

국가정보화 추진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생체인식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생체인식분야 기술개발 등을 위한 산학연 협의체를 구성하고 개발시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성능평가센터를 정부예산으로 구축,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번 발표는 국가정보화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생체인식산업의 본질적 의미로 보아 타당성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구석이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정통부가 국가정보화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부처가 아무리 보잘것없는 규모라 하더라도 조직역량의 분산을 무릅쓴 채 일개 산업분야 육성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산업육성을 주임무로 하는 유관부처와의 마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정통부의 이번 발표는 또한 행정적으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이 분야를 뒤늦게 「관할」하겠다고 나서는 격이 됨으로써 그 의도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생체인식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보기술에 이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부상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단의 기업군에 의해 나름대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번의 발표는 한술 더 떠 이미 뒷북치기나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까지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반론에 대해 정통부는 개인식별 수단으로서 생체인식산업에 대한 육성이 국가정보화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세계시장 규모가 1조원에 이르며 매년 3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 역시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이같은 산업육성 관련사항은 앞서 지적했듯 정통부가 걱정해야 할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생체인식시스템에 대해서도 그 자체가 전자상거래 확산의 한 수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전자기기나 시스템 가운데 정보화에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정통부라고 해서 국가정보화 추진업무만 하라는 법은 없을 터이다. 또한 가능성 있는 특정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이전에도 정통부가 국가정보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벌여놓은 사업 가운데 지지부진한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한때 국민적 명분이 높았던 인터넷PC 보급정책이나 유관부처와 영역다툼이 그치지 않고 있는 디지털가전 정책, 형식과 물량 계산에 치우치고 있는 소프트웨어창업보육사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생체인식산업의 보호육성은 오히려 산업육성 기능이 주임무인 산업자원부나 유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더 타당할 것이다.

지난 98년 정부조직개편 당시 대세였던 정통부 해체론을 뒤엎은 것은 바로 21세기 경쟁력의 원천인 국가정보화를 담당해야 한다는 여론이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번 발표내용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통부의 주된 책무가 앞서 지적한 대로 산업육성보다는 국가정보화의 추진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