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산 초고속 장비 비중 크게 낮춰질듯

올해 국산 통신 장비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 국산 비중이 최근 한국통신의 ADSL 장비 공급업체 선정 결과에 따라 30% 미만으로 더욱 낮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초고속 정보통신망 장비 중 국산 장비 비중은 올해보다 10% 정도 줄어든 4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통신은 올해 구매한 ADSL 장비(광가입자망 형태 23만, 순수 ADSL 집선장비 120만) 총 143만회선 가운데 금액 기준으로 80%, 수량 기준으로 대략 70% 수준의 국산장비를 구매해왔다. 그러나 한국통신이 최근 실시한 ADSL 장비 입찰에서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만이 공급 자격을 획득, 내년 7월까지 물량 기준으로 국산 장비 비중은 25%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한화/정보통신 등 국내 업체들이 전량 공급해온 광가입자망(FLC) 형태의 ADSL 장비는 고가라는 한통 내부 지적에 따라 내년 구매물량을 크게 축소할 움직임을 보여 전체적인 ADSL 시스템 국산 비중은 30%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올해 90여만회선의 ADSL 장비를 구매한 하나로통신은 전체 ADSL 집선장비 구매액 가운데 해외 장비 비중은 90%가 넘는다.

하나로통신은 내년 ADSL 모뎀 부분에 대해서는 국산 장비 채택을 늘려간다는 방침이지만 DSLAM 부분은 자금 여건을 고려, 내년에는 벤더파이낸싱 형태의 장비 공급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루슨트·시스코와는 벤더파이낸싱을 체결했으며 알카텔과는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가 하나로통신의 장비공급업체로 선정돼 있지만 내부 사정으로 벤더파이낸싱 추진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대전자의 공급물량은 그리 많이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내년 한국통신의 국산 장비 비중이 크게 악화되고 하나로통신의 국산 장비 채택률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가입자 집선장비의 국산 장비 비중이 올해보다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고속망 통신장비 중 국산 제품 비중은 절반을 조금 넘은 54%에 도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DSLAM·CMTS 등과 같은 가입자 집선장비 시장 규모는 2조원 정도로 전체 시장에서 43%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가입자 집선장비 시장규모 중 ADSL 장비 시장 비중이 70%(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년 ADSL 장비의 국산 채택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면 전체적인 국산 장비 비중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