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癒着<5>
진 국장은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고 술을 쪽 소리가 나도록 마셨다. 그 투서 사건이 터무니 없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찔리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에 계속 주식을 사들여 올려놓은 것은 중국의 만토 집단 류성화 총재와 러시아의 마피아 이안 알렉세이비치, 그리고 중화토지개발의 유림 회장 등이었다. 일본의 기업이나 미국에서도 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주식을 샀지만, 중국의 류 총재와 러시아의 알렉세이비치는 그야말로 작전을 하고 계속 사들인 것이다. 그들을 작전세력이라고 한다면 작전세력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 그들 작전세력의 힘이라는 것을 알면서 나는 방관했다. 그러니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삼은 유부녀와의 불륜과 투자는 사실 그대로였다. 유전자 사업을 한다는 캔디 오라는 재미교포 사업가에게 휘말려 잠자리를 갖기도 했고, 그녀의 사업에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막대한 자금을 대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문제삼은 이혼 문제와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인물이 떠올랐다. 창투사의 일을 맡긴 권영호 본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투사를 발족하면서 나는 그와 자주 술자리를 같이 하였다. 다른 고객들과 합석을 하기도 했지만, 단 둘이 자리를 같이 한 일이 많았다. 언젠가 나는 불안한 마음에 창투가 실패하고, 코스닥에 등록한 본사의 주식이 폭락을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을 토로한 일이 있었다. 그 무렵 아내와도 심각한 갈등을 하고 있었다. 특히 고부 갈등은 심각해져서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간에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런 한탄을 하자 권영호 이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정녕 부인이 그렇게 말을 듣지 않으면 이혼하십시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미국에 가서 사세요. 기업체 주식이 폭락할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처분해서 그 돈을 달러로 바꾸어 미국에서 사업체를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마피아 알렉세이비치가 스위스에 국제 은행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에게 부탁을 하면 돈 세탁은 문제없을 것입니다.』
『자네 미쳤나? 그걸 말이라고 해?』
『만약 최악의 경우에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나는 그 짓은 못해. 아직도 나를 모르오?』
『하하하, 사장님이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죠. 아니까 농담 삼아 말하는 것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