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수시장에서 당당한 경쟁을

일본업체들이 새해부터 각종 디지털가전제품을 한국시장에 본격 출하할 것이라는 보도다.

소니를 비롯한 샤프·JVC·내쇼널·올림퍼스 등 일본의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특히 그동안 취약했던 유통망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그동안 컬러TV 등 아날로그 제품에 치중했던 전략을 바꿔 DVD플레이어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MD플레이어, 디지털방송 수신장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제품 위주로 한국시장을 공략한다니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제 한국시장도 거의 개방돼 일본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도 일본시장에 가전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또 우리의 가전산업도 이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미 동남아를 비롯한 중국·미국·유럽 등지로 제품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새해부터 한국시장에 대대적으로 제품을 출하할 것이라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긴 하다. 그런데도 일본제품이 한국시장에 대거 유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은 그 시기가 별로 좋지 않고 우리에게 준비가 아직까지는 좀 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가전업체 대부분이 그렇듯 가전산업의 수익구조는 그리 좋지 않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적지 않은 업체들이 적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일본업체들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시장을 선택했다면 적극적인 공세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일본업체들의 적극적인 한국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의 가전산업 경쟁력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현지화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수익구조는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수출품은 가격도 낮으려니와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가전업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안정된 내수시장 덕분이었다. 따라서 일본제품이 대대적으로 한국시장에 들어와 시장을 잠식한다면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익구조는 훨씬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시장은 고급·대형 고부가가치 제품이 잘 팔려나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칫 일본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전략적으로 투입할 경우 한국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업체들의 적극적인 한국시장 진출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우려해온 상황이다. 우리의 독특한 유통망이 일본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입에 장벽이 돼 왔고 또 국산제품에 주어지는 서비스가 강점으로 작용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으로 언제까지나 한국시장을 지키긴 어렵다.

이젠 국내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적인 가전제품 분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값싸며 기술력과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중국 등 동남아 국가에 과감하게 넘기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품으로 특화해 제품의 질로 승부할 때다. 이를 통해서만이 세계 제1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산 제품과 당당히 내수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