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수기는 있어도 성수는 없었다

「성수기와 호재는 있어도 성수(?)는 없었다.」

새로운 운용체계(OS)의 등장도,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의 발표도, 겨울철 최대 성수기도 급격히 위축된 PC시장 수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PC업체 마케팅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 PC시장은 수요를 부추길 만한 굵직굵직한 호재가 그 어느 해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거의 수요변화가 없었다』며 『이처럼 시장이 요지부동(?)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4분기에 한달 평균 43만대로 역대 최대 규모를 형성했던 국내 PC시장은 4월에 25만∼28만대 규모로 크게 떨어진 이후 7개월 동안 어떤 호재에도 불구하고 4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4월 「윈도2000」에 이은 8월 「윈도Me」 등 차세대 OS가 잇따라 발표됐으나 PC를 포함한 컴퓨터시장은 냉담했다. 이어 9월 신학기에 이어 가을철 혼수특수, 10월 수능특수가 이어지고 PC업계의 적극적인 판촉전 구사에도 불구하고 PC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PC시장의 의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펜티엄Ⅲ 1㎓ CPU, 펜티엄4 CPU 등 차세대 CPU가 발표되는가 하면 한해 최대 성수기인 겨울철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호재마저 없었다면 PC시장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PC시장이 갖가지 호재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올해 1·4분기의 수요증가는 인터넷PC의 본격 판매와 일시적인 경기회복 추세가 가세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판단이다.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실수요 중심으로 급속히 바뀌었으며 이로 인해 PC수요는 국내 경기부진으로 더 이상 호황을 꿈꿀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추세가 내년 초에도 지속될지 궁금하다.

이 시기에 겨울방학·신정연휴·구정연휴 등 그야말로 호화 호재가 집중돼 있는데다 할인판매·장기할부판매·패키지판매·경품제공·시연회 등 PC업계의 다양한 판촉전이 절정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산업부·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