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사업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국책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추진으로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38조원의 생산과 42만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순 사업자가 선정된 비동기식 IMT2000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일 것이다. 본란은 이 사업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수차에 걸쳐 IMT2000사업의 최우선 과제는 다름아닌 취약한 기반기술과 장비의 자립도를 높이는 일이며 특히 사업추진 과정에서 업체간 중복투자나 과잉경쟁 등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는 국내 비동기식 장비기술이 외국에 비해 취약한 관계로 자칫 국내업체 간에 과잉경쟁을 벌이면 외국장비가 국내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온다면 국가경제는 계속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고 국내업체들의 장비국산화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IMT2000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서비스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과잉경쟁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시장선점을 겨냥해 조기 망 구축 및 장비 발주에 나설 방침이라는 보도다. 실제 국산 비동기 IMT2000시스템을 국내업체들이 상용화하기 이전에 사업자들이 장비를 발주할 경우 초기에만 수조원에 달하는 비동기 IMT2000장비 조달시장은 외국장비제조업체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사업자들의 조기 장비발주 방침은 국산장비를 이용해 초기 망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정부 예측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하니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통신은 경쟁사인 SK텔레콤과의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 5월께 비동기시스템을 발주하고 10월에 1차 물량을 납품받아 2002년 5월부터 주요 대도시를 거점으로 상용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도 서비스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두 사업자가 상용서비스를 앞당기면 오는 2002년 5월 시범서비스 일정으로 제품개발을 추진하던 국내 장비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초기 망 구축 물량이 거의 외산장비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이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장비개발에 나선다해도 신뢰성이나 제품 응용면에서 외산에 비해 뒤져 현실적으로 발주참여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한번 외산제품이 채택되면 제품의 호환성 확보 등으로 추가 외산제품 도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행으로 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한국통신이 공기업으로서 국익에 부합하는 기반 위에서 상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의 취약한 기반기술을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핵심기술의 국산화 및 기지국 공용화, 공동망 구축, 콘텐츠 공동개발 등 상생의 기업풍토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사업자간 서비스 시기는 단계적이고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사업들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IMT2000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과 함께 철저한 지도감독으로 더 이상 과잉경쟁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