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70) 벤처기업

정경유착<6>

권영호는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단순히 농담만은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그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겼다. 그 동안에 별다른 탈은 없었다. 창투사를 운영하면서 80%의 투자가 성공을 하고 약 20%가 손실을 보았다. 20%의 손실 중에는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도록 하였던 나의 판단 실수도 다분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 일부분에는 책임을 맡은 권영호의 실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실수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20%의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에 나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해도 그 정도의 손실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의적인 손실이라면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금감원에 세번씩 투서를 보낸 장본인이 권영호라면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짐작되는 자는 없습니까?』

국장이 나의 표정을 살피면서 물었다.

『전혀 없습니다. 내부의 짓이 아니라 외부에서 한 짓이겠지요.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 중에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반란은 반드시 최측근에서 하는 것입니다. 권력기관은 마치 우뚝 솟은 탑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근사하게 보이고, 손을 댈 수 없는 견고한 아성으로 보이지요. 그렇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면 흠투성이지요. 그 성을 쌓은 벽돌 한두 장만 빼내면 곧 무너질 것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는 자만의 눈에 보이는 흠집이지요. 그것이 권력의 변증법적인 접근이지요.』

그는 어떤 철학적인 견해마저 드러내면서 거창하게 말했다. 나는 빙끗 웃었다. 나의 표정을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최 사장은 주위에 권력기관의 선이 많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선후배 정치인들이 많은 것도 압니다. 그래서 지난 정권 때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받은 혜택이 정당한 것들이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 많은 벤처기업 중에 선발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코스닥 등록이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등록이 되는 일이니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음으로 양으로 여러가지 혜택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벤처기업은 많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권력구조로부터 귀여움을 받은 곳도 있고 소외된 곳도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열거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