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법정관리중인 택배업체 대한통운을 방문했을 때 뜻밖의 분위기에 놀란 적이 있다. 법정관리기업이라 침울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뒤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려 했는데 오히려 전보다 더 활기가 넘쳐 보였다.
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개시 이후 오히려 사원들의 결속력이 강해졌고 모두들 더 잘해보자는 의지로 뭉쳐 있다』고 전했다.
외부 환경도 비슷했다. 여러 거래업체들이 거래선을 끊거나 거래선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거래를 확대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업체가 나올 정도다.
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경제 파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부패와 안이한 위기관리 등으로 법정관리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법정관리로 가게 된 원인이다. 부실기업이 아닌데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었던 대한통운은 분명 부패나 안이한 위기관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기업 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을 거쳐 퇴출되자 연쇄부도의 길을 걷게 된 대한통운은 그동안 보기 힘든 경영성과를 거둬왔다. 지속적인 영업력 확충과 사업분야 개척으로 올해 매출실적 1조원 및 경상이익 26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인 코렉스몰을 개설, 물류기반시설과 기존 홈쇼핑의 유통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조화시켜 출범 첫해에 약 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IT부문에서도 입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법정관리 개시 후에도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제4회 기업정보화대상」에서 정보화구축부문 대상을 받았고 국내 최대의 물류인프라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한 「2000년 택배서비스 고객만족도 1위」로 선정됐으며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2000년 품질경쟁력 서비스부문 우수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쯤되니 「법정관리기업 맞아?」라는 의문이 생길 만도 하다.
법정관리가 곧 부실경영의 결과라는 등식을 깨뜨린 이상한 법정관리기업 대한통운의 경영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극복을 위한 부단한 노력만이 법정관리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 법정관리기업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몇몇 기업조차 기존 재계의 풍토에 의해 무참히 쓰러져 결국 국민에게 부담만 주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법정관리회사 중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을 거쳐 어울리지 않는 법정관리회사는 빠르게 회생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생활전자부·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