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기 IMT2000 승부처는 단말기다

「승부처는 단말기다.」

LG전자 이동단말사업 본부장인 김종은 부사장이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우리나라 통신장비업계의 살 길이다. SK와 한국통신이 비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비동기식 장비 개발 부담」을 안게 된 국내 장비업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빈약한 시스템 산업기반 ● 우리나라 통신장비산업은 시스템보다 단말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전화 단말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2세대 이동통신시스템 수출 경력은 일천하다. 호주 허치슨, 중국 일부 지역에 2세대 CDMA 시험 시스템을 공급한 데 그치고 있다.

하물며 3세대 시스템 시장에서 에릭슨·모토로라·노텔네트웍스 등 굴지의 통신장비업체보다 경쟁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아니올시다」라는 게 업계의 중론.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시스템 개발 능력도 희망적이지 않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신장비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스템 개발인력은 약 5000명으로 노키아(1만7000여명), 에릭슨(2만3500여명) 등 1개 선진업체보다 적다』고 말했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시스템 개발인력만도 5500명으로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보다 많다.

◇약진하는 국산 이동전화 단말기 ● 에릭슨의 셸 솔매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소형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국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12월 초 열린 텔레콤아시아2000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소형화는 곧 기술력이다.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은 앞선 소형화 기술을 토대로 바·플립·폴더 등 다양한 디자인의 단말기를 자유자재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폴더형 단말기의 뚜껑 부분 안팎으로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것을 두고 외국업체 관계자들의 감탄이 이어졌을 정도다. 작고 단단하며 사용하기에 편리한 국산 단말기의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단말기 기술경쟁력이 대형업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소업체로 전이돼 산업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세원텔레콤·팬택·텔슨전자 등 중견업체들이 CDMA는 물론 유럽형이동전화(GSM) 단말기 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산업의 토양이 비옥해지고 있다.

◇전망 ● 삼성전자 김운섭 상무는 『우리나라에서 비동기식 IMT200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일본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진입이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격적인 단말기 한일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년여 앞서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 능력에서도 상당히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단말기 제조업체만도 17개사에 달하고 단말용 소프트웨어·핵심 칩·부품의 자급도가 높다. 여러 면에서 국내 업체보다 앞선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단말기는 144Kbps에 근접한 데이터 전송속도(IS95C)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미 3세대 이동통신에 다가선 것이다. 다만 비동기식 3세대 단말기를 얼마나 빨리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